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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수집하는 구리 토평동 성당/티끌 모아 태산… "폐품 모아 聖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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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수집하는 구리 토평동 성당/티끌 모아 태산… "폐품 모아 聖殿"

입력
200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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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컵은 여기로 가져오고, 나무 젓가락도 한쪽으로 모으고…"12일 오전 경기 구리시 토평동성당(주임신부 최건봉) 마당에서는 폐품 분류작업이 한창이었다. 성당 환경분과위원회 회원인 김기옥(48)씨가 모은 폐품을 그녀의 아들 이 베드로(23)씨와 때마침 성당을 찾은 인근 중학생 성준, 한준(토평중 2년)군이 종류별로 나누고 있었다.

지저분한 냄새가 풍기는 폐품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신속하게 정리했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성당 관계자가 "수고가 많다"며 이들을 격려했다.

이렇게 한푼 두푼 모은 돈은 성당 본당 건립에 사용된다. 교회, 사찰 등 종교시설 마저 건물 키우기에 급급해 물질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활동은 작지만 아름답다. 폐품 수집은 김씨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사를 하면서 집에 있던 종이 상자와 책을 고물상에 팔고 250원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액수는 적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돈을 손에 쥐고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폐품도 돈이 되는구나, 이제부터는 함부로 버리지 말자, 이렇게 하면 나도 환경 보전에 기여할 수 있겠구나."

그 후로 김씨는 길을 걷다가도, 음식점에서도, 종이 컵이나 깡통 등을 보면 집어오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이 보고 던져놓은 신문지도 들고 오고, 이사를 하면서 버린 중고 가구나 책자 등도 가져온다. 이런 폐품을 성당 마당에 모은 뒤 종류별로 분류해 판매한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2월말까지 3만9,300원을 모았다. 들인 품에 비하면 적은 돈이지만 한푼씩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렇게 모은 돈을 어디에 쓸까, 성당 사람들과 상의한 끝에 성당 본당 건축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들어서있는 성당은 비닐하우스 가건물이어서 여름에는 비가, 겨울에는 지붕에 쌓인 눈이 녹아 물방울이 떨어진다. 정전도 잦다.

김씨의 활동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지난해 연말쯤 성당도 환경분과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들과 함께 본격적인 폐품 수집 및 판매를 시작했다. 신자들은 작아서 못 입게 된 아이들 옷가지나 신문지 등을 가져오고 분류작업을 돕는다. 음식점, 한의원 등 업소 20여곳은 일부러 폐품을 모아 전해준다. 이 일을 하면서 김씨 자신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월 15만원 정도 들던 전기사용료가 5만원 선으로 줄었다. 거실 온도를 18도로 맞추고 내의와 겉옷을 겹치고 버틴 덕분에 겨울철인데도 가스 사용료는 2만원에 불과하다. 김씨는 "재활용을 시작하면서 물건을 마음 편히 살 수 없게 됐어요. 하다 못해 반찬 가지 수도 줄였지요. 생활비가 월 100만원 가량 줄었습니다."

얼마 전 취직한 딸은 퇴근 길에 회사에 버려진 종이 컵을 가져오고, 대학생인 아들은 폐품 운반을 돕는다. 지금까지 모은 돈은 33만원 정도. 성당 건립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강성식 성당사무장은 "액수가비록 적을지라도 성당 식구들의 땀과 노력이 밴 귀한 돈"이라고 고마워한다. 다행히 본당이 들어선 곳이 올해 상반기중 그린벨트에서 해제된다. 성당측은 하반기에라도 본당 신축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우선은 조립식 건물로 짓기로 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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