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 의해 버려진 초등학생을 보육원이 보호하며 경찰에 미아신고까지 했으나 경찰끼리 공조가 이뤄지지 않아 수천명의 인력이 동원돼 이 초등생을 찾는 해프닝이 벌어졌다.인천 동구 송림동에 사는 박모(7)군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5일. 어머니 전모(37)씨는 하루종일 아이를 찾아 헤매다 인천 동부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미 4일 저녁 박군을 보호하고 있는 군산의 한 보육원측에 의해 군산경찰서에 미아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일주일이 넘도록 모른 채 인천지역 수색에만 연인원 2,000여명을 동원했다. 경찰은 6일과 8, 9일 박군이 10대 초반의 어린이와 함께 집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는 이웃 주민들의 진술에만 의존, 단순 가출사건으로 판단해 인천지역 수색에만 열을 올린 것.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이 다른 어린이를 박군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실종사건의 경우 주민 제보는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박군을 보호하고 있던 보육원이 11일 어머니 전씨에게 전화해 신원을 확인함으로써 '손자를 버린 할머니 범행'이 드러났다. 보육원측은 박군 취학문제로 미아·가출인 신고전화에 확인전화를 하던 중 박군 엄마의 전화번호를 알게 돼 박군을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조사 결과 할머니 김모(57)씨는 지난 4일 초등학교 예비소집을 마친 뒤 "나들이를 가자"며 손자를 데리고 군산으로 가 월명동의 한 호떡집에 박군을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5년 전 이혼한 뒤 홀로 아들을 키우느라 식당종업원으로 힘들게 사는 딸이 안쓰러웠는데 예비소집을 마치고 오는 길에 학교 주변에 밀집한 학원들을 보니 딸의 고생이 더 심해질 것 같아 아이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인천 동부경찰서는 12일 할머니 김모씨에 대해 유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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