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강서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 성지중고등학교(대안학교) 16회 졸업식. 소년소녀가장, 전과자, 만학도, 일반중교 자퇴생 등 사연과 곡절 많은 학생들이 숱하게 많은 이 학교 졸업식에서 신국철(20)군이 공로상을 받았다. 신군은 이 학교가 배출하는 탈북자 졸업생 1호다.신군은 황해도 사리원 구련고등중학교 2학년을 다니다 굶주림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부모를 따라 2001년 2월에 탈북했다. 3개월간 중국, 베트남, 태국 등을 떠돌다 그 해 6월 남한에 들어와 서울 양천구 신월동 푸른 숲 마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신군은 부모가 한국 생활에 정착하는 일에 쫓겨 자녀 교육에 신경 쓸 여력이 없자 홀로 성지중학교에 찾아와 학생으로 받아달라고 호소, 중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학교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02년 3월부터 2학년에 편입해 학교를 다녔지만 탈북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학교 친구들이 등뒤에서 쑥덕거리기 일쑤였고 놀리는 친구들과 싸움해야 했다.
신군은 "같은 반 친구들이 나만 빼놓고 항상 어울려 다녀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며 "그럴 때면 북한 친구들이 보고 싶어 눈물지을 때가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또 북한에서 철저한 규율과 통제 속에 교육 받은 신군에게는 선생님에게 학생이 대들거나 떼를 쓰는 상황이 이해가 안돼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언쟁을 벌이다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왕따 속의 왕따'였다.
이런 신군이 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같은 탈북자 출신인 천정순(40·여) 교사의 공이 컸다. 천 교사는 "처음 국철이를 봤을 때 북에서 가르치던 아이들 생각이 났다"며 "체제가 다른 이곳에서 국철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천 교사는 한달에 1∼2번 신군을 따로 만나 "네가 살아가야 할 곳은 이제 이곳"이라며 "누구도 도와주지 못하니 너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따끔하게 나무랐다.
신군은 고등학교를 나온 뒤 자동차 정비소를 차리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신군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정비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배우고 오후 5시30분부터 학교 수업을 듣는 주경야독을 2년째 해오다 졸업의 감격을 맞았다.
천 교사는 "국철이가 삐뚤어지지 않고 졸업하게 돼 흐뭇하다"며 신군의 어깨를 다독였고 신군은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학업을 제대로 마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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