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락·미디어 업계의 거인 월트 디즈니가 11일 미국 최대 케이블 TV 업체인 컴캐스트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제의를 받아 결과가 주목된다.파이낸셜 타임스와 뉴욕 타임스는 "컴캐스트가 디즈니에 주식 맞교환 방식의 M&A를 제안했다"며 "거래가 성사될 경우 미국 미디어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병의 거래 규모는 컴캐스트가 떠안게 될 디즈니의 부채 120억 달러를 포함해 총 660억 달러(80조원)로 추산된다. 거래가 성사되면 디즈니의 현재 주주들은 합병업체의 지분 42%를 갖지만 마이클 아이스너 디즈니 회장은 퇴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스너 회장은 제안에 대해 컴캐스트와 협상할 태도를 보이지 않아 일단 거부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월가의 투자자들은 아이스너 회장이 창업주 가문과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고, 수년간 디즈니의 경영실적이 악화된 점을 들어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도 양사의 합병은 미디어 업체와 콘텐츠 제작업체의 통합 추세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컴캐스트는 케이블 TV와 함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35개 주에서 가입자 2,1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컴캐스트는 그러나 자체 콘텐츠 제작 부문이 매우 취약한 단점을 갖고 있다. 반면 디즈니는 영화 스튜디오와 ABC, ESPN 방송 및 테마파크 등 강력한 콘텐츠 제공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료 케이블망에서는 약점을 갖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따라서 유선망과 콘텐츠를 결합하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장차 뉴미디어 시대의 패권 장악을 위한 기반을 잡게 된다. 합병이 성사된다면 통합사의 연 매출은 470억 달러에 이르러 현재 미디어 업계의 1위인 타임워너사(작년 매출 396억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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