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소중하지만, 시장이 깨지든 말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억지나 불장난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이헌재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의례적인 취임식을 생략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취임사를 돌리는 형식으로 첫 출발을 했다. 그는 시장 자율에 무게중심이 쏠렸던 김진표 전 부총리와는 달리 취임 일성으로 '시장 자율은 존중하되 시장 참가자들의 이기주의는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시장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내키면 하고 싫으면 안 하는 철없는 어린 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다"며 "시장 자율은 참가자의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투기꾼 등이 판치는 시장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는 숨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와 관련해 지난해 카드 부실 처리과정을 언급, '고통 분담'에서 빠진 일부 채권금융기관에 간접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시장의 기강'을 세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관심을 모았던 '이헌재 펀드'에 대해 이 부총리는 "국유화한 금융기관을 매각할 때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 효과적인 민영화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추진했다"며 "부총리가 된 이상 오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아쉽지만 이 상태로 끝"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적한 경제 현안과 관련, "새로운 경제시스템 구축에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근본적 대책이 못되더라도 당장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과도기적 연계 정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용을 늘리는 것은 기업 활동에 달려 있다"며 "규제 완화를 포함해 세제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재무구조 건전화 등의 구조조정은 이뤄졌지만 경쟁력과 생산력을 늘리는 구조조정은 미흡했다"며 "이는 결국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야 되는 것으로 규제완화와 함께 책임과 투명성도 높아져야 한다"고 기업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추진된 부동산 대책에 대해 "투기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건설경기 침체 등 부작용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부동산정책에 더 이상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정책대응이 실기했다"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간을 갖고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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