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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일어나라 환호하라" 객석흔든 아바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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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일어나라 환호하라" 객석흔든 아바 향수

입력
200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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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내리자 앞줄서부터 관객이 하나 둘 일어서기 시작했다. 배우들이 커튼콜을 위해 준비한 의상으로 나와 '맘마미아'를 부르자 파도를 타듯이 삽시간에 1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남녀노소 관객이 차례로 일어서며 두 팔을 뻗어 흔들어댔다. 극중 한글로 부르고 영어자막이 떴던 '맘마미아'와 '댄싱 퀸'엔 이제 한글자막으로 나왔고 관객은 입술을 움직여 노래를 따라 불렀다. '맘마미아!'(1월25일∼4월18일)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은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거대한 노래방이자 나이트클럽이었다. "관객들이 '맘마미아!'하며 일어서는 모습이 마치 뇌우와도 같다"는 '선데이 타임즈'의 보도는 과장이 아니었다. 1970년대 세계를 휩쓴 팝그룹 아바의 곡을 바탕으로 만든 '맘마미아!'가 1999년 런던에서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한반도에 상륙, 겨울을 후끈 데우고 있다. 관람객 최현숙씨는 "결혼 12년만의 화려한 외출"이었다며 황홀해 했고 아내와 함께 왔다는 67세의 관객은 "아바의 노래에 아내와 일어나 흔들었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딸과 함께 온 박금희(59)씨는 "너무 흥분해 나도 모르게 객석 앞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중장년을 자극하는 향수

이런 열기는 사전에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공연 1주일 전 프리뷰(1월17일∼24일) 기간 동안 좌석점유율은 88%에 달했고 프리뷰를 본 관객의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1,000장 내외의 예매량은 개막 이후 2,400∼2,700장까지 치솟았다. 2월 첫 주에 접어들면서 일일 예매량은 3,000장 내외를 기록중이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정소애 실장은 "현장 매표는 거의 불가능하다. 객석 점유율은 95%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공연을 보기 어려운 위치의 사석을 제외한 2,061석이 연일 매진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중이다.

에이콤의 손신형씨의 말대로 '맘마미아!'는 애초에는 강남 아줌마가 타깃이었다. '비틀즈 다음이 아바'라는 말처럼 아바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려는 중산층 중년 여성을 공연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더 없이 매혹적인 미끼. 여기에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검증 받은 작품성이 '인고의 시기를 거쳐 사회적, 개인적으로 잘 통합되고 숙성된 어른 세대'인 'WINE(Well Integrated New Elder)'세대까지 불러 모아 공연장은 기존 뮤지컬 애호층인 20대뿐 아니라 70대까지 아우르는 세대의 용광로가 되었다. 정소애 실장은 "중산층의 장년 관객이 '오페라의 유령'이나 '캣츠'를 의무감에서 봤다면 아바를 들으면서 자란 세대여서 '맘마미아!'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줌마의 반란

10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와 화려한 의상과 조명도 중요하지만 이는 핵심은 아니다. 1978년을 무대로 한 흥행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주인공 현수와 은주를 맺어주는 것이 아바인 것처럼, 아바는 아바와 청춘을 관통했던 이땅의 중년 관객, 그리고 복고취향을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층을 연결하는 거멀못이 되고 있다.

여기에 '아줌마의 반란'이라 할 수 있는 극의 활기찬 내용도 한 몫 거든다. '결혼은 관습'이라고 외치는 주인공 도나, 아들뻘인 젊은이들과 거리낄 것 없이 사랑을 나누는 타냐, 남자에게 열렬히 사랑을 먼저 고백하는 로지 세 명의 중년여성이 뿜어내는 열기는 여성이 주도하는 요즘 문화 트렌드와 맞아 떨어진다. 스무살에 결혼하려는 딸, 딸을 홀로 키우며 결혼을 하지 않은 엄마, 그리고 자신의 딸일지도 모르는 여자의 결혼식에 찾아 온 세 명의 남자가 빚어내는 이 코미디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내세우며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결혼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언해피한 해피엔딩'은 해피엔딩보다 통쾌하다.

씹어서 먹여 주는 노랫말, 열광의 커튼콜

무엇보다 결정타는 아바의 노래, 그것도 한국 말로 불려지는 노래다. "난 밀려드는 세금땜에 하루 종일 일만 해…난 인생 역전 할 거야"('먼데이 먼데이'), "난 왜 널 떠나게 했을까"('맘마미아'). 도나가 부르는 노래는 도나의 삶의 압축이며, 타냐가 부르는 "어떤 남자도 괜찮아. 아름다운 밤 있으니"('댄싱 퀸')는 프리섹스주의자인 그녀의 성향을 더 없이 잘 나타낸다. 극 내용을 이어가며 관객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아바의 22곡은 정확한 발성과 또렷한 전달, 한국어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어울림으로 감동을 증폭시킨다.

12주 동안 펼쳐질 '맘마미아!'는 첫 주 흥행 수익만 11억1,740만원을 기록했다. 이 열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134억 정도의 수익을 거둘 전망. 그러나 '맘마미아!'는 완벽한 공연은 아니다. 스케일이나 품위로 친다면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등에 못 미친다. 1부의 재미에 비해 2부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목을 뒤로 한참 꺾어야 보일듯한 자막도 아쉬움이다. 미국 관객 스티브 패트릭슨은 "자막이 너무 높아 보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은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기가 쑥스럽고 이런 분위기는 쉽게 끓어오르지 않는다.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912석의 가격이 무려 13만원(VIP석)·10만원(R석)인 고가라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맘마미아!'는 마지막 커튼콜의 열광으로 모든 흠을 덮고 세대 간의 간격까지 좁혀 버린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박해미(40) 전수경(38) 이경미(43) 세 배우가 '맘마미아!'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와 열정은 폭발적이다. 보석과 반짝이를 단 화려한 의상을 입고 커튼콜에서 보여주는 무대 매너는 단연 압권. 그들은 이런 뜨거운 반응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에게 관객이 열광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며 파안대소했다.

1. 무대에서 객석이 열광하는 것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2. 이처럼 객석이 열광하는 것을 전에도 본 적이 있나?

3. 객석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타냐 역 전수경

1.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그 순간만큼은 조용필, 김희애 같은 유명 연예인이 부럽지 않다. 뮤지컬 배우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다

2. 이렇게 긴 장시간의 커튼콜은 처음이고, 특히 30∼40대가 기립해서 춤추는 것은 처음이다. 환상적이다

3. 전 스태프와 연기자가 조화롭게 공연을 만들고 있고,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민족혼이랄까 정열이 여기에 가세해서 그런 것 같다.

도나 역 박해미

1. 모든 에너지를 공연에 쏟아 붓고 난 후 관객이 기립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다. 불로초를 먹고 영원히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얻은 기분이랄까.

2. 500석의 작은 규모였지만 '넌센스' 공연 때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래도 '맘마미아!'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3. 물론 저의 미모이지요(웃음). 배우들의 뜨거운 열기와 가슴으로 연기하는 진실된 연기가 먹히는 듯 하다. 물론 기본은 아바 음악!

로지 역 이경미

1. 나도 전율을 느낀다. 박수를 받아야 할 사람은 배우가 아니라 관객이라는 생각이 든다.

2. '유린타운'공연 때도 좋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3. 스토리라인이 너무 좋고, 이걸 음악이 잘 받쳐주고, 특히 커튼콜에 콘서트장을 능가하는 음향, 조명, 의상이 동원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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