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몸짱 아줌마' 정다연(사진)씨가 엄청난 인기라고 한다. 서른 아홉의 나이에 운동을 통해 20대 뺨치는 몸매를 가지게 됐다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사람인데, 멋진 몸매와 함께 삶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다니 정씨 개인에게는 참 축하할만한 일이다.그런데 잠깐 삐딱한 생각 하나만 해보자. 과연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들이 모두 정씨 같은 몸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러려면 적어도 하루에 몇 시간 운동을 해야 하고, 철저하게 칼로리를 계산한 식단도 짜야 할 텐데 말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의문이 남는다. 꼭 모든 사람들이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에 매달려야 할까? 정씨가 건강으로 삶의 희망을 찾았다면, 다른 이들은 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다른 영역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근육으로 뭉쳐진 배를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헬스클럽에 갈 시간도, 의지도 없는 사람의 푸념쯤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정씨가 출연해 운동법을 가르치고 있는 KBS2 '비타민'(일 밤 10시)을 보면 과연 이 프로그램이,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여성 연예인조차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눈으로 정씨를 바라보며 "우리는 그 동안 뭐했나" 하고 한숨을 쉰다. 이들이 연예인으로서, 혹은 가정주부로서 충실했던 다른 일상은 완전히 무시된다.
'몸짱 아줌마'가 등장하는 코너만이 아니다. '비타민'에서 중요한 건 스스로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기보다는 남에게 '보기 좋은 몸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뱃살이 많이 나온 세 명의 남자는 '뱃살 브라더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채 놀림을 당하고, 각질이 많은 한 출연자는 각질을 없애라고 두꺼운 테이프를 선물로 받기도 한다.
날씬한 몸과 좋은 피부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이유도, 그렇지 못하다고 놀림감이 될 이유도 없다. 왜 모델도 아닌 개그우먼 조정린이 모델 박둘선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웃음거리가 돼야 하는가. 마치 여성이 몸을 가꾸는 것은 다른 이의 시선을 받기 위해서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어 보기 거북하다.
물론 '비타민'은 나름의 장점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차릴 수 있는 건강에 좋은 식단을 소개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연도구를 추천하는 등 보통 사람들을 위한 건강 정보들이 가득하다. '건강 관리' 하면 일단 돈이 얼마나 들까 걱정부터 하는 서민에겐 분명히 반가운 것이고, 그것을 오락 형태로 재미있게 담아낸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건강에 대한 철학도 그에 어울려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건강하게 '사는 것'이지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왜 모든 사람이 '몸짱'이나 '슈퍼모델'의 사진을 보며 운동에만 매달려야 하는가?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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