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학교가 7개나 되는데 버스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으로 가라는 게 말이 됩니까." 수원시 매탄2동 한국아파트에 사는 홍진표(40·여)씨는 요즘 한숨만 내쉬고 있다. 큰딸(17)이 인근 영통지구내 고교에 가지 못하고 버스노선도 없는 오목천동 고교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홍씨는 11일 동네 학부모들과 함께 도교육청을 방문해 항의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말만 듣고 분을 삭여야 했다.홍씨는 "딸애가 9지망으로 신청한 그 학교에 가려면 마을버스를 타고 수원역으로 가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 근처에서 내려 400여m를 걸어가야 한다"면서 "그 지역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난 곳과 멀지 않은 데다 외진 곳이어서 요즘 밤잠이 안온다"고 걱정했다.
수원 성남 고양 안양 부천 등 최근 고교배정이 이뤄진 경기도 평준화지역에서 배정을 둘러싼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수원 영통지역 학생 200여명이 버스로 2시간 거리인 수원 Y여고에 배정됐고, 안양 평촌지역 학생 290여명도 역시 2시간 거리인 충훈고로 배정돼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을 준비중이다. 분당과 일산지역 등에서도 중학교 배정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2단계 1지망 학교 배정비율이 75%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25%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것이 현실이다. 이들 평준화 지역은 1단계에서 정원의 50%를 구역 구분 없이 추첨으로 뽑은 뒤 나머지 50%를 구역내 학생들로 충원한다. 이 때문에 1단계에서 타구역 학생들이 많이 뽑히면 당연히 구역내 학생들은 그만큼 타 구역으로 배정받게 된다. 특히 고교들은 1순위 지망자로 우선 정원을 채운 뒤 모자랄 경우 2,3지망순으로 충원하고 있어 2,3순위 지원학교에도 배정받지 못하면 원거리의 최하위 지망학교로 밀려나는 학생들이 양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위지망학교로 밀려도 보다 가까운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학군을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흥주(48)박사는 "안양학군의 경우 4개시별로 학군을 쪼개야 지금과 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수급계획을 다시 짜 서울처럼 학군을 세분화할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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