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목수 김씨' 김진송씨가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전을 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고 있다. 전시기획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다 1999년부터 경기도 마석의 축령산 자락으로 들어가 목수 일을 해온 그가 여는 다섯번째 전시다.목수 김씨가 이번에 내놓은 200여 점의 나무 작품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는 "상상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라고 말한다. 현실에 파묻히고, 그 상투성에 젖어버린 어른들이 갖지 못하는 즐거운 상상을 어린이들은 할 줄 안다. "매일 아홉 시부터 여섯 시까지, '생계를 위해' 나무를 깎는다"는 그는 틈날 때마다 아이들의 감성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지어냈다. 그것을 메모하고, 그 이야기를 담아 나무를 깎았다. '생각이 자라는 나무' '붙잡힌 외계인' '내 이빨 볼 텨' ' 피라미드의 비밀' '메뚜기 우주선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등등.
'책벌레와 책벌레'는 책벌레 별명을 가진 아이가 진짜 책벌레를 만나는 이야기다. 목어(木魚)는 비린내 때문에 공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절간에 걸리게 된 물고기의 사연을 담아 '절간의 물고기'라는 작품으로 새겨졌다. 작품 크기는 30㎝ 내외가 대부분이지만 2∼3m짜리도 있다.
김씨는 목수가 되기 전에는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는 현대문화 연구서를, 목수 된 후에는 '목수 일기'라는 책을 냈다. 그는 "제발, 나에게 하는 말이지만, 세상을 하나의 눈으로만 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나무로 깎으면서, 이성적인 사고의 가공할 상투성으로 짜여진 세계에 갇혀 있었던 자신이 그렇게 초라하고 불쌍하게 생각되어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상투성을 벗어던지라고 말을 건다. 전시는 예술의전당에 이어 3월4일부터 30일까지는 인사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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