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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사위의 웃지못할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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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사위의 웃지못할 실수

입력
200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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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로 이사할 아파트에서 일어난 차마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나는 평소에도 덜렁대고 잠시도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자꾸만 일을 저지르는 경도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사람이지만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사위 장모지간에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나는 평택에 새로 아파트를 마련하여 장모님과 아내와 함께 청소를 하기 위해 오후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새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 장모님께 피로회복제도 사드리고 주말 부부인 아내에게 '기쁨'을 선사할 겸해서 약국에 들렀다.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100원 짜리 동전 몇 개만 달랑거려 순간 당황했지만 나의 영원한 동반자인 신용카드로 피로회복제와 최고급 콘돔을 구입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는 "여보, 바빠 죽겠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라고 한바탕 쏘아 붙였다.

나는 아내에게 무척 자랑스러운 듯이 "여보, 이거 어머니 피로회복제하고 알약인데 빨리 드려"라고 이야기하고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샤워를 했다.(나는 외출했다 돌아오면 샤워부터 하는 습관이 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갑자기 아내가 목욕탕 문을 쾅쾅 두드리며 상기된 얼굴로 "여보, 이건 또 뭐야?"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무 영문도 모르고 샤워를 마치고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집에 도착하기 전 급할 때 빨리 쓰려고 콘돔 박스를 뜯어서 낱개로 1개만 챙겨서 호주머니에 넣었는데 어머니께 피로회복제하고 알약을 드린다는 게 그만 알약대신 콘돔을 드렸던 것이다.

나도 너무 당황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침착해야 한다는 평소의 경험으로 "어머니, 피로회복제 잘 드셨지요? 들어가서 좀 쉬세요."라며 능청을 떨었다.

장모님께서는 이런 어색한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장모 생각하기는 우리 큰사위 밖에 없구먼. 고마워."하고 껄껄 웃으시며 태연해 하셨다.

그러더니 그 날 따라 우리 부부의 '의무방어전'을 감시라도 할 생각이셨는지 장모님 댁인 아래층에서 주무시기 적적하시다며 우리하고 같이 주무시겠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할 수 없이 단단히 벼르고 별렀던 의무방어전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금도 가끔씩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오고 장모님을 뵐 때마다 문득문득 죄송하고 쑥스러운 생각이 들곤 한다.

/조원표·경기 평택시 안중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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