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처음 전화가 들어왔을 때, 그 전화는 마을 이장집 밖에 없었다. 면사무소에서 이장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그 전화로 했던 것인데, 아주 가끔 급한 일이 있을 때 동네 사람들이 함께 쓰기도 했다. 또 급한 일로 외지의 자식들이 마을 이장집으로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정말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유세였던 것인데, 사실 마을 이장의 권한은 그 전화를 관리하는 것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전화기 옆에 놓인 마이크에 있었던 것이다. 마을의 일꾼이자 지도자에게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던 것이다.
마을의 신문과 방송이 바로 그 마이크였던 셈이다. 마을 여론을 바르게 이끌고 바르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장의 임무이자 전화기 옆에 놓인 마이크의 쓰임새였다. 그래서 방송을 하기 전 늘 에, 에,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던 것이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쓸 때마다 자꾸 그 시절 이장집의 마이크를 떠올리게 된다. 아침마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이 귀한 지면의 내 글은, 그리고 내 소설들은 과연 그 시절 이장집 마이크만큼의 몫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가는 길 위에 반짝이는 것들도 참 많은데.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