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11일 KCC측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5%룰' 위반과 관련, 20.78%의 지분에 대해 강제 처분명령을 내림에 따라 7개월여간 계속돼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간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 현대그룹측이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KCC측이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합법적으로 다시 살 수 있는 길이 열려있고 범현대가의 의중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당국 '은밀한 경영장악 의도' 결론
금융당국이 정상영 KCC명예회장에 대한 검찰고발과 지분처분 명령이라는 초강경 제재를 내린 것은 편법적인 경영권 장악 행위에 대한 '일벌백계'의 의미가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KCC측이 현대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으면서도 공시의무를 회피, 투자자들을 속이려 한 정황이 명백하다"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법적 근거가 애매한 사모펀드 지분(12.91%)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린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당국은 사모펀드의 실질적 소유자가 정 명예회장 1인인데다 펀드의 설립 목적 자체가 경영권 장악 목적이었기 때문에 수익자인 정 명예회장도 보고의무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분간 현 회장 체제 유지
이번 결정으로 KCC측 지분은 36.89%에서 16.11%로 급락, 30.05%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 회장측에 비해 현저히 불리해졌다. 이러한 지분 구도라면 3월 주총에서 현대그룹측의 승리는 떼 논 당상이다. 문제는 15.4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범현대가의 의중. 범현대가는 중립인사 3명을 현대엘리베이터 신임이사로 추천,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만의 하나 KCC측을 지원하게 된다면 양측 지분은 30.05%대 31.52%로 또 다시 역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증선위가 정상영 KCC 명예회장까지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범현대가가 무리하게 한쪽 편을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현대그룹은 현 회장 체제로 유지될게 확실시 된다.
하지만 KCC측이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처분하면서 장내에서 곧바로 다시 사들여 임시주총을 통해 5월20일 이후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수 있다. 또 현대 엘리베이터 지분을 판 뒤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직접 노리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KCC측이 현대상선의 최대 주주가 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한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택배, 현대아산 등 현대그룹의 실질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KCC 관계자는 "3월 주총은 포기한 지 오래이고, 5월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경영권 장악 시도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 현대그룹
현대그룹은 11일 증선위 결정과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적대적 M& A 시장의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은 물론이고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이고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현대그룹은 이와 함께 "KCC는 처분 결정이 내려진 20.78%에 대해 우호지분이 아닌 일반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매도하라"고 요구한 뒤 "언제라도 범현대가 및 KCC측과 만나 경영권 분쟁을 이른 시일내에 해결,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그룹측은 "증선위가 정 명예회장과 KCC에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취득 금지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KCC의 추가 매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 KCC
KCC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처분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으며 극히 실망스러운 결정으로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상영 명예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방침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KCC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소버린 자산운용 등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던 금융당국이 유독 KCC측 사모펀드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내린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KCC는 이날 긴급 내부회의를 가졌으며 법률가 자문을 거쳐 증선위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추가매입 여부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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