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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완/"눈빛연기로 반짝반짝 빛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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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완/"눈빛연기로 반짝반짝 빛났죠"

입력
200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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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말이 이처럼 딱 들어맞는 경우가 또 있을까. 얼마 전 막을 내린 SBS '천국의 계단'에서 신현준(태화)의 아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완(20·본명 김형수)이 3월 15일 첫 방송하는 KBS2 월화드라마 '백설공주'에서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그의 무엇이 스스로도 현기증을 느낄만한 '비상'의 날개가 됐을까. 곱상한 얼굴? 운동(국민대 체육학부2)으로 다져진 몸? 둘 다 '짱' 소리 듣기에 충분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강렬한 눈빛이다. 그는 첫 출연작으로, 단 3회 얼굴을 내민 '천국의 계단'에서 그 눈빛 하나에 자폐증 앓는 태화의 불안과 우수, 한 여자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까지 녹여내 단숨에 인터넷 카페 300여개, 회원 10만여명을 거느린 '벼락 스타'가 됐다. 여기에 태화의 동생 유리 역을 맡은 김태희(24)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도 '화제 만들기'에 한 몫을 했다.

이완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도 실은 누나 덕이다. 김태희의 소속사 대표인 이장수 PD가 1년 전 김태희의 지갑에 든 그의 사진을 우연히 보고 발탁한 것. 처음부터 '누구 동생'으로 알려지는 게 싫어 이름을 바꿨다. "고향(울산)이 하도 좁은 동네라" 금세 들통 나기는 했지만. 예명은 할리우드 스타 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조선 효종 때 북벌정책을 이끈 훈련대장 이완(1602∼1674) 장군에서 따왔단다. 웬 장군? "대범하고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말 먹이를 직접 줄 정도로 인품이 뛰어난 분이었대요. 포부라도 크게 가져야죠." 좀 쑥스러웠던지 한마디 덧붙인다. "외자라 기억하기 쉽잖아요. 수축·이완 그런 말도 있고."

공부 잘 하는 누나(서울대 의류학과3) 그늘에서 구박 받고 크지는 않았을까, 좀 짓궂은 질문을 던져봤다. "공부요? 못한 게 아니라 안 했죠. 누나가 뭐든 최선을 다하는 형이라면, 저는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열심히 하는 형이죠. 운동이나 게임 같은…. 하지만 어머니가 하도 아들, 아들 하셔서 스트레스는 오히려 누나가 받았지요. 하하." 그는 "무조건 공부 하라고 내몰지 않고 각자 저 하고 싶은 일 찾아 하도록 자유롭게 키워주신 어머니가 고맙다"면서 "존경하는 인물로 저나 누나나 어머니를 첫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이완은 '백설공주'에서 한 여자(김정화)를 두고 친형(연정훈)과 사랑을 다투는 선우 역을 맡았다. 바람둥이에 반항아지만 익살스럽기도 한 복합 캐릭터. 어찌 보면 태화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데, 그게 그에게는 더 큰 부담이다. "솔직히 '천국…'에서는 운이 좋았죠. 긴장과 불안을 감추려다 더 어색해진 연기가 오히려 자폐아를 잘 소화한 것처럼 보였던 거죠. 그래도 연기로 떴으니, 적어도 연기 형편 없단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할 텐데…."

심각해진 분위기를 바꾸려 화제를 돌렸다. "애인이요? 너무 많아서 탈이죠. 하하. 그냥 '여자' 친구들만 많아요.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하며 장난도 치는 스스럼 없는 친구들. 이상형은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여자, 특히 안경이 잘 어울리는 여자가 좋아요." 짐짓 바람둥이 흉내를 내는 것이 선우 역에 빠져들기 위해 스스로 '주문'을 외는 듯 보였다.

NG를 내면 "죄송합니다" 하고 외치고는 돌아서서 얼굴을 붉히는 애송이 연기자 이완. 그의 바람처럼 '반짝 스타'를 넘어 "보통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살짝 엿보게 될 '백설공주'가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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