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경쟁이고 경쟁이 없거나 경쟁을 억제하는 곳에서는 그 폐해가 엉뚱한 곳으로 미치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조와 교육이 바로 이런 부문입니다."작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58)씨는 11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이고 자연의 기본 질서"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초청으로 '시장경제와 경쟁의 진정한 가치'를 주제로 조찬 강연한 복씨는 "시장 경제는 경제 주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며 자신에게 맞는 경제적 틈새를 찾아 살아가도록 돼 있다"며 "여기에 정부가 개입, 획일화한 조치를 취하면 다양한 틈새가 사라지고 결국 경쟁의 잔인함만 더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경쟁의 원리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어긋나는 정책을 편 데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씨가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든 부문은 노조와 교육. 그는 "노조는 이익단체이기 때문에 '결사의 자유' 만으로도 보호를 받는데 다시 헌법이 노조의 권리를 강제함으로써 경쟁이 아닌 강요가 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노조원들은 경쟁할 필요가 없고 결국 엉뚱한 곳으로 폐해만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기업 노조는 경쟁 없이 독점적 혜택을 누리는 반면 노조가 없는 협력업체는 훨씬 더 심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육문제를 예로 들어 "작가, 예술가, 의사, 변호사 등이 모두 수능을 통해 서열이 결정되고 수능 하나 잘 풀고 못 푸는 것이 삶을 결정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하면 경쟁이 필요 없는 사람들도 경쟁을 해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교육에서 손을 떼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고 경쟁에서 실패한 개인을 사회안전망으로 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나서지 말아야 할 곳에 나서다 보니 여력이 없어져, 정작 해야 하는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을 돌보는' 일도 못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복씨는 기업인의 기(氣)를 살릴 수 있는 소설을 쓸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기업인을 소재로 한 글이 작가들의 성향상 반시장주의적, 반자유주의적 글이 될 수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동료작가의 한 소설도 결국은 기업인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정도라는 위험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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