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수술만 세 번에 코, 얼굴, 귀와 입술까지 수술을 해서 제 모습은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2003년 3월 1일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했던 초등학생 박성주(9)군이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보내온 편지다. 손이 곱을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여덟 살이 되도록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에게 그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1,000원의 기적'을 만들어온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토 오후 7시10분)가 14일로 방송 300회를 맞는다.
'사랑의 리퀘스트'가 처음 전파를 탄 것은 IMF 한파가 거세던 1997년 10월. 전화(060-700-0600) 한 통에 1,000원을 기부하는 'ARS 모금'은 당시로서는 모험이었다.
아이디어를 낸 최공섭 PD 자신조차도 '1만 통이면 1,000만원이니 2만 통만 와도 좋겠다'고 소원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방송이 나가자 전화가 폭주했고 금방 1억원이 모금됐다.
평생을 감옥에서 보냈다며 직접 20만원을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 세 달 동안 무려 300통 넘게 ARS 전화를 걸어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막노동하는 남편과 함께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박운희(47)씨는 2003년 7월 1,000만원을 보내왔다. 그렇게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모여 지난 해 12월까지 모은 돈이 323억979만6,112원이다.
1,000원 짜리로 환산하면 3,200만장이 되는 이 돈은 한국복지재단의 후원금 운영위원회 심사를 통해 지금까지 2만 여명에 달하는 불우이웃에게 전달됐다.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고 감동한, 실향민 출신의 고(故) 강태원(姜泰元)옹은 자신의 전 재산인 270억원을 기부했고, 이 돈으로 '강태원복지재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모인 것은 돈뿐이 아니었다. MC 이금희는 사회를 맡은 동안 출연료를 전부 기부했고, 가수 강수지는 자신이 방송에 소개한 백혈병을 앓던 아이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연락을 이어갔다. 제작진, 스태프 중에도 소년소녀 가장들과 결연을 맺은 경우가 많았으며 손범수에 이어 사회를 맡고 있는 김병찬도 8년째 소녀 가장을 후원하고 있다.
경제불황이 심각하다는 요즘에도 '사랑의 리퀘스트'의 모금 액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방송 한 회당 1억원, 한 달에 4억원이 모이고 있다. 물론, 소개되는 사연이나 출연 연예인의 인기 정도에 따라 모금액이 차이가 날 때도 있다. 실제 98년 HOT가 출연 했을 당시 2억원이 넘었고 지난해 11월 가수 비가 출연했을 때도 평균 모금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방송 시간에만 성금이 몰린 것은 아니다.
ARS가 매일 24시간 열려 있기 때문에 방송이 나가기 전 200만원 정도가 모인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 '사랑의 리퀘스트'의 나영석 PD는 "ARS 모금액이 꾸준하지만 그보다는 개인 후원이 더 많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개인 후원·결연을 보다 늘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방향도 바꿔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14일 오후7시 KBS 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300회 특집은 '사랑의 리퀘스트'의 7년 역사를 보여주는 자리이다. ARS 성금으로 수술을 받고 잃었던 청각을 되찾은 이상혁군의 인사로 시작되는 '사랑의 리퀘스트'에는 CF 출연료의 일부분인 5,000만원을 기탁한 강호동, 대구 지하철 참사 후 3회에 걸쳐 3,000만원을 내놓은 댄스그룹 '신화'의 김동완이 출연해 그 의미를 더해 준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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