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를 아마추어 그림이라고 하는 데, 그거 뭘 모르고 하는 얘깁니다. 동양화의 줄기는 문인화 정신을 가진 작품들이 주도해왔습니다. 서양 미술의 기준에 꿰어맞추려다 보니까 우리 것을 잃어버리고 있지요. 우리 정신을 살리면서 시대성을 반영해야 합니다."홍석창(63) 홍익대 교수는 문인화 정신을 이렇게 말했다. "붙이고 긁어내고 쌓아올리는 그림도 있지만, 동양화의 진수는 일필휘지에 있었습니다. 시(詩) 서(書) 화(畵)가 하나 되는 것이지요. 그 정신을 현대에 조화시켜야 합니다."
홍 교수는 10일부터 노화랑에서 14회 개인전으로 문인화 전을 열고 있다. 그가 말하듯 일필휘지의 능숙한 솜씨를 보여주면서도 더없이 현대적 감각을 풍기는 매난국죽 사군자, 화조, 표주박과 가지를 그린 그림들이 나왔다. 먹과 채색이 어우러져 깊은 내면의 울림을 주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배어있는 작품들이다. 기운있는 붓의 움직임과 분방한 상상력이 함께 느껴진다.
그는 1960년대 우리 화단에 일었던 새로운 동양화 운동인 수묵화 운동, 문인화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70년대 초부터 홍익대에서 가르치면서 동양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2년 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은 동양화의 중심 장르인 문인화로 그의 회화세계가 다시 방향을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상이니 추상이니 구분하지만 수묵화는 그 자체가 추상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습니까. 난이 그냥 난이고 소나무가 그냥 소나무 형태입니까? 또한 서구미술은 검은색을 색으로 치지도 않지만, 동양화는 전통적으로 묵분오색(墨分五色)이라 해서 흑색을 청, 황, 적, 백과 함께 오방색의 하나로 봤습니다. 검은 대나무, 난초 안에 오색이 다 담겨 있습니다.
홍 교수는 "수묵화야말로 정신과 소재가 일치하는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장에 걸린 그림들은 번잡한 도회의 시간, 속된 잡사들을 잠시라도 잊게 한다. 28일까지. (02)732―3558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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