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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총선 "진보정당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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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총선 "진보정당 구하기"

입력
200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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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7대 총선에서는 정당투표제가 도입된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과 아울러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각 정당은 서로 정책적 차이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를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기 위하여 먼저 한국 현대정치사의 특징과 흐름을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광복 이후 한국 정치사는 분단과 군사 쿠데타 그리고 개발독재가 필연적으로 야기한 반공과 극우, 친미와 체제 순종, 억압과 착취로 특징지어진다. 이에 대한 비판과 저항은 죽음으로 이어지거나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1958년 진보당 조봉암의 죽음과 1975년 박정희 정권의 탄압에 맞서 민주세력의 결집을 노렸던 장준하의 의문사가 그러하였고,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로서는 진보적인 선거공약을 내세웠던 김대중씨를 포함한 민주인사, 노동세력에 대해 오랫동안 덧씌워진 빨갱이라는 누명이 그러하였다.

1987년 6월 항쟁은 우리 사회에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을 가져왔으나 한국의 정치지형에 지역주의라는 견고한 성을 쌓았다. 이 지역주의는 인물과 정책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마술과도 같았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사회의 개혁과 진보는 정치적 미사여구에 불과하였다.

현재 원내에 기반을 둔 한국의 정당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모두 보수와 수구 정당이다.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은 개혁과 진보를 팔아 집권한 정당의 기만성을 익히 경험하였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 안팎의 무역대국이며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이들 국가 중 사회보장과 복지 예산 지출은 가장 열악하다. 또한 1,000만이 넘는 임금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진정으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진보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한국 정치의 모순과 노동자의 비극이 내포되어 있다.

정치를 바꾸는 것은 사람이므로 인물 중심의 투표가 중요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정책의 틀은 정당의 정강정책에서 나오므로 각 당의 개혁성, 전문성, 선거공약 실현가능성을 투표행위의 일차적인 준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발전에만 전념하면 되지만 국회의원은 국가발전을 위하여 중요 정책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어느 정당이 공동체 통합과 사회정의 실현을 최우선 과제로 고려하는지, 그리고 어떤 인물이 그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물론 선심성 공약이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

지난 세월 한국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지도자들의 사리사욕의 희생자였다. 그렇다고 정치를 경멸할 필요는 없다. 정치를 경멸하는 국민은 경멸받는 정치를 갖게 되며, 어떤 나라든지 국민의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치인과 정치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지역과 성별 그리고 세대의 차이를 넘어 진보 정당들의 괄목할 만한 원내 진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지만 그 미래는 영원한 환상이 아니라 다시 현실로 다가와야 한다. 이 땅의 소외되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제 진보 정당의 원내 진출을 더 이상 꿈으로만 남겨 놓을 수 없다.

인간의 삶에는 이상과 현실이 공존해야 하듯이 역사의 발전에는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해야 한다. 건강한 보수를 위해서라도 참신한 진보가 살아나야 한다. 이상이 없는 현실은 타락하고 진보가 없는 보수는 부패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참 지성인 이영희씨의 지적처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송 병 록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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