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씨름을 관장하는 한국 씨름연맹 관계자들의 심기가 요즘 편치 않다. 14∼15일 서울, 18일 부산에서 해방 후 처음으로 열리는 스모 한국대회 때문이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우선 일본 스모협회의 당당한(?) 태도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씨름연맹이 임대해 쓰는 장충체육관을 한일문화 교류차원에서 스모 대회장소로 빌려줬지만, 정작 일본 스모협회 관계자들은 한마디 인사치레도 없이 일본 최대여행사인 JTB 및 한국대행사를 통해 느닷없이 티켓판매 협조를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씨름연맹측은 또 국내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마뜩찮은 표정이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국기인 스모를 전파하려는 일본측의 의도가 담겨 있는데, 우리 언론은 스모의 기원이 한국씨름이었다는 사실은 간과한 채 스모대회를 무비판적으로 홍보·소개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신문은 물론 TV시사프로까지 나서 스모를 상세히 소개했다. KBS도 일본 NHK의 협조요청을 받고 위성채널인 KBS SKY를 통해 서울대회 첫날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씨름연맹은 정부에 대해서도 섭섭한 감정이 쌓여 있다. 일본 정부가 전통 국기인 스모에 대해 각종 세제혜택까지 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데 비해 우리 정부는 민속씨름을 '나 몰라라'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씨름연맹의 이 같은 견해는 옳고 그름을 떠나 민속씨름의 초라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측면이 적지 않다.
스모는 일본 내 전용경기장을 4개나 보유하고 있지만 민속씨름의 경우 전용구장은 고사하고 프로팀이 3개밖에 없어 단체전을 치르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6억5,000만원을 지원해 주는 타이틀스폰서를 아직 구하지 못해 연맹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연맹의 홍윤표 사무총장은 "우리도 일본에서 한국씨름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싶지만, 재정상황 등 형편이 너무 어려워 엄두도 못낸다"고 털어놓았다. 스모의 국내대회 개최를 대행하는 업체 관계자는 "문화관광부와 외교통상부가 대회 개최에 많은 관심과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심을 우리 민속씨름에도 쏟아주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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