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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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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답게 볼거리들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이중 현지 주민들이 최고로 꼽는 곳은 어디일까요? 성산일출봉입니다.그렇다면 성산일출봉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섭지코지라는 곳입니다. 나즈막한 언덕 옆 바다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기암괴석은 바다의 수석전시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별로 끌지 못했고, 그래서 늘 한적한 관광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해 인기리에 방영된 '올인'이라는TV드라마 때문입니다. 이 곳에 주인공 송혜교가 자라난 수녀원의 세트장이 지어지면서 섭지코지는 단번에 유명세를 탔습니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더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곳입니다. 지금도 너도나도 드라마의 현장을 보기 위해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제 제주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방문 이유 맨 윗 목록에 섭지코지의 드라마 세트장을 적습니다.

지난 주에는 평일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성산일출봉을 비롯한 전통적 명소에는 썰렁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어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의문은 일출봉을 지나 섭지코지에 도착하면서 풀렸습니다. 제주 관광객이 모두 여기에 모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습니다. 삼다(三多) 중 하나가 바람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려는 듯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지만 관광객의 방문열정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허탈해하고 돌아섭니다. 지금은 세트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태풍 매미 때 파손된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힘들게 괜히 왔잖아" "속았다" 등 심드렁하게 내뱉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그들의 눈에는 섭지코지가 가진 원래의 아름다움이 들어오지 않는 가 봅니다. 섭지코지는 이전에도 그대로였고 앞으로도 그대로 있을 겁니다. 날림으로 지어 태풍에 사라진 세트장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모든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관광지를 바라보는 여유가 아쉽습니다. 드라마의 여운은 오래가지 않지만 아름다운 관광지는 늘 그 곳에 그렇게 있으니까요.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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