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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5만원으로 출발… 입사 5년여만에 억대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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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5만원으로 출발… 입사 5년여만에 억대 연봉

입력
2004.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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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말띠 청년이 회사생활 2년3개월만에 억대연봉자의 반열에 올랐다. 경영학석사(MBA)나 해외 연구소 출신의 대기업 직원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직원수 70여명의 기업정보화 전문업체 인터컴소프트웨어의 고졸 영업사원 신진우씨가 이룬 기적이다.그가 지난해 받은 연봉 총액은 1억2,000만원. 기본급 3,000만원에 9,000만원이 성과급이다. 또래 고졸 사원들이 받는 보수의 5배가 넘는다. 억대 연봉이 직장인의 지상 목표처럼 숭배되는 현실에서 분명한 성공이다. 올해초에는 대리에서 영업팀장으로 특진도 했다. 자동차 마니아인 그는 자축의 의미로 BMW를 샀다. 무려 7,000만원을 썼지만 정말 갖고 싶었던 차를 자기 힘으로 벌어 샀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신씨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억척성공기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서울 서초동에서 전형적인 '강남 아이'로 자라 중산층 학생들이 밀집한 고교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그의 꿈은 '관광학과에 진학해 관련 사업을 해보겠다'는 정도였다.

공부와 반항 사이를 오가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순탄했던 그의 삶이 격랑을 맞은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때였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아버지의 작은 사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난생 처음으로 '돈 때문에' 고통을 느꼈다. 원하는 대학을 포기하고 다른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억지로 할 수는 없다"며 부모를 설득한 끝에 재수를 위해 학원에 등록했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숨막힐 듯 조이는 현실의 압박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는 취업을 결심했다. 조그만 건설업체를 거쳐 당시 박동현 사장이 서울 남부터미널 근처 허름한 지하 사무실에서 운영하던 인터컴소프트웨어에 본격 합류한 것이 98년 말. 1년 선배인 박 사장은 고교 시절부터 잘 알던 터였다. 컴퓨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월급 15만원의 기사생활을 시작했다. 신씨는 "기술이라고는 운전면허 밖에 없었으니, 사실상 운전기사였던 셈"이라고 말한다.

신씨의 성실함을 높이 산 박 사장은 군복무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그에게 2001년부터 영업 업무를 줬다. 영업을 시작하자 마자 그의 끼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남들 앞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는 "버릇없고 독선적이었던 사춘기 소년이 거래처 경비직원에게도 90도로 인사를 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적은 엄청나게 뛰었고 하루에 몇건씩 계약을 하기도 했다.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은 족히 올린다는 게 주변 동료의 귀띔이다. 덕분에 최근 어머니의 빚 2,000만원을 갚아 줄 수 있었다.

신씨는 '돈보다 가족이 더 소중하다'는 요즘 젊은이 답지 않은 신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오랜 공백기를 털고 택시운전을 시작한 아버지, 민속주점을 운영하는 어머니, 극심한 취업난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형. 이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한다"는 소박한 소망을 털어놓았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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