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막 나가는 국회" 비난 봇물… 3당 내부서도 자성론 쏟아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막 나가는 국회" 비난 봇물… 3당 내부서도 자성론 쏟아져

입력
2004.02.11 00:00
0 0

"무책임한" 우리당열린우리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 등 국정 현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데 대해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당 내부에서조차 "당 지도부가 국가적 이익과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해 당론을 결정해야 하는데도, 개인적인 소신에만 집착해 우유부단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이해찬 이우재 의원 등은 10일 의원총회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과 이라크 파병안 등은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야 하는데 우리당조차 책임감이 덜한 것 같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정치적인 비상사태인 만큼 자신의 철학과 소신이 있어도 당의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줘야 한다"고 지도부를 질타했다. 전날 "파병부대 구성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당정 협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파병안 처리 반대를 주도한 김근태 원내대표를 겨냥한 셈이다.

김 대표에 대해선 "이라크 파병안이 지난해 12월24일 국회에 제출됐는데 두 달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표결 직전에야 논의할 시간을 더 달라고 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총선을 앞두고 파병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당 지도부가 산적한 국가 현안은 제쳐둔 채 현장·정책 행보라는 명목으로 '이벤트 정치'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우리당이 최근 정부 차관급 인사 및 기업 투자담당 임원들과 가진 '일자리 창출' 간담회에서 기존의 규제 완화 방침 등이 재탕 삼탕 반복되고, 청년 실업 토론회에서 당 지도부가 인사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떠 빈축을 산 것이 한 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당리당략" 한나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9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보인 행태에 대해 여론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홍사덕 총무는 10일 "어제는 정말 면목 없는 하루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소장파를 중심으로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다"는 자성과 지도부의 무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국가적 중대 현안은 처리하지 않으면서 서청원 전 대표 석방요구 결의안을 기습 통과시켜 "후안무치한 당리당략적 구태정치의 극치"라는 비난을 자초한 데 대해서는 "총선을 어떻게 치르라는 말이냐"는 분노 섞인 반응이 나왔다. 남경필 의원은 "당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다"고 잘라 말했다.

근본 문제는 최병렬 대표 등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에 있다는 지적이다. 최 대표는 "9일 두 동의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위한 농촌 의원 설득 등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본회의에서 FTA에 대한 농촌 의원들의 반발은 여전했고, 일부 도시 의원까지 반대 표를 던질 기세였다. 그러자 지도부는 "분위기가 이상하니 표결을 연기하자"며 꽁무니를 빼기에 급급했다.

서 전 대표 석방요구안 처리과정도 마찬가지다. 지도부는 당초 구속된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성과 여론을 감안해 상정을 유보키로 했으나 소속 의원 31명이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 상정을 강행하자 그대로 끌려 갔다. 지도부가 통제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은 것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방향잃은" 민주당

9일 국회 본회의 상황에서 민주당의 대응이 지리멸렬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뒤늦게 자성론을 폈지만 상황이 쉽게 개선될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지도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사안은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 석방요구 결의안 가결에 일부 소속 의원들이 가세한 점.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의안 상정을 예상하지도, 따라서 아무 대책도 마련할 수 없었음을 실토, 실소를 자아냈다. 조순형 대표는 "반대 당론을 정하긴 했지만 결의안이 상정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회가 자정능력을 결핍했고 제 식구 감싸기만 하고 있다"고 예의 '바른 소리'를 냈지만 공허하게 들렸다.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지도부의 '무대응'을 비판하고 나서고, 고위 당직자는 이를 반박하는 볼쌍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박상희 의원이 "투표 때 차라리 퇴장했어야 옳았다"며 지도부를 겨냥하자, 강운태 사무총장은 "민주당 의원들은 많이 반대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러자 함승희 의원은 "10억 받은 사람을 석방하면서 또 다른 돈 받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거듭 지도부에 불만을 토로했다.

유용태 원내대표는 FTA 문제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고 열린우리당이 우왕좌왕했다"고 책임을 떠넘겼고, 파병안에 대해서도 "청와대 내에서 찬반 갈등을 빚었고 국방위원장이 고의로 지각하는 등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며 남의 탓만 해 눈총을 받았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