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낮 성동구 옥수1동 주택가. 숨차게 오른 언덕 끝엔 새삼 '서울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낡은 집들이 빼꼭이 들어차 있다. 그 틈사이로 아담한 흰색 건물 '옥수복지센터'가 눈에 들어온다.파출소로 쓰였던 이 건물은 파출소 폐쇄 이후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 지날 때마다 눈을 감고 뛰어다녔다'고 할 정도로 '흉가'였다. 하지만 1년여전 이곳은 리모델링을 거쳐 서민들의 든든한 안식처로 변모했다.
동네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
폐가였던 이곳을 의미있게 활용해 보자며 발벗고 나선 곳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옥수종합복지관. 진작부터 낡고 외진 곳에 있는 복지센터 이전을 계획해 오던 복지관은 파출소 폐쇄후 방치된 이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성동구청에 건의했고, 이 건의가 받아들여져 구와 복지관은 8,000여만원의 예산을 분담해 2002년 10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가 2003년 3월 산뜻한 새 모습으로 단장했다.
복지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현재 지하식당에서는 매일 50명의 노인들과 결식 아동들에게 무료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고 있으며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76명에게는 직접 찾아가 도시락과 밑반찬을 전해주고 있다. 또 2층에서는 저소득층 가정 초등학생 30여명을 위한 '방과후 교실'이 마련돼 있고, 3층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한 한글교실과 한 달에 두번 이·미용 서비스를 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웃사랑의 나눔장 역할
점심식사를 위해 복지센터를 찾은 최모(64) 할머니는 "딱히 갈 곳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주는 이곳이 극락"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10년째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황정남(59·여)씨는 "파출소가 없어져 처음엔 불안했지만 어려운 아이들과 이웃들을 돕는 복지센터가 마을 중심에 '떡' 하니 버티고 있어 마음이 더 든든하다"고 말했다. 복지센터는 마을 사람들에게 '나눔의 장'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사회복지사 하경환씨는 "넉넉치 않은 형편인데도 많은 주민들이 음식이며 옷가지를 들고 온다"며 "처음엔 관심 없던 분들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는 지 물어온다"고 말했다.
방배경찰서 남부지구대 소속 사당4파출소도 지난해 10월 놀이방과 경찰 전시관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1층 놀이방은 매일 10여 명 이상의 아이들이 찾고 있으며 2층 전시관의 경우 인근 봉천동, 신림동에서까지 견학 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경찰은 건물재활용에 무관심
그러나 정작 건물 재활용에 적극 나서야 할 경찰은 팔짱을 끼고 있다. 심지어 서울경찰청은 시내의 폐쇄된 파출소 건물의 현황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파출소는 1999년부터 예산절감 등의 이유로 진행된 통폐합돼 전국적으로 3,229개에서 2,912개로 줄었다. 이 중 극히 일부가 마을 노인정 등으로 사용될 뿐 대부분은 직원 2,3명이 머무는 숙소나 교통초소로 사용하거나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방치돼 있다.
옥수복지센터 강상준 팀장은 "대부분 파출소가 마을 중심에 위치해 있던 터라 탁아소나 노인정과 같은 사회복지시설로 활용하는 데 적격"이라며 "경찰이나 자치구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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