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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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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제주

입력
2004.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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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날씨를 가늠하기 어렵다. 햇살이 따습다 싶더니 돌연 눈이 내린다. 봄은 어디쯤 왔을까. 궁금하다. 성급한 마음에 남도로 향한다. 국토의 남단, 제주에는 봄 내음이 물씬 풍기리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겉으로 봐선 제주에도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한라산에는 흰 눈이 짙게 덮여있고, 1,100도로, 5·16도로 등 산간도로에는 지금도 스노 체인을 감지 않으면 통행이 쉽지않다. 그러나 봄이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은 분명하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 눈이 시리도록 푸른 청정바다, 그리고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온 보리에서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제주의 봄은 태평양과 가까운 동쪽 성산에서 시작된다. 제주공항에서 12번 해안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40∼50분 가량 달리면 성산읍이다. 우선 성산일출봉 옆 성산항으로 향한다. 우도로 가기 위해서다.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속의 섬이다. 성산에서 우도까지는 배편으로 15분. 차량을 싣고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섬에 내린 뒤 우도봉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인 우도여행에 나선다.

햇살은 따스해도 속살을 파고 드는 바람은 여전히 날카롭다. 이 곳에서 겨울외투는 방한복이 아니라 방풍복이다. 산 능선 등대에 오르니 건너편으로 영일동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의 논밭이 온통 초록이다. 보릿잎이다. 1월에 심은 것이 싹을 틔웠다. 잔디처럼 보송보송하다. 마을 뒤 푸른 바다와 묘한 색대조를 이룬다.

차를 타고 섬일주를 하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산호사해수욕장을 찾았다. 국내에서 유일한 산호백사장이다. 입자는 다소 굵고 거칠지만 하얀 산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코발트색 바다는 한 폭의 그림이다. 가만히 손을 담궈본다. 그다지 차지 않다. 봄이 손끝으로 전해오는 순간이다.

우도에서 나와 섭지코지로 가는 길옆은 제주의 상징인 유채꽃으로 가득하다. 원래 제주의 유채는 3월에 피지만 이 곳에선 11월에 피기 시작해 지금이 절정기이다. 추위에 잘 견디는 개량형이다. 이 꽃이 지고 나면 제주 전역은 유채로 뒤덮인다. 성산의 유채는 봄의 전령사인 셈이다. 유채꽃 뒤에는 항상 성산일출봉이 있다. 주민들이 일출봉을 배경으로 꽃을 심기 때문이다. 유채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면 약간의 돈을 요구하는 것이 그슬리긴 하지만.

섭지코지는 최근 가장 뜬 관광지가 됐다. 드라마 '올인' 덕분이다. 섭지는 좁은 땅이라는 의미의 협지(狹地)에서 나온 말이다. 코지는 곶을 뜻하는 제주의 방언이다. 제주의 지도를 펼치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다. 목이 졸려 움푹 들어간 형세이다. 정상에 있는 등대로 오르는 길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아찔한 즐거움이 있다. 섭지코지에서도 유채를 볼 수 있다. 역시 성산일출봉이 배경이다.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관광객으로 늘 분주하다.

섭지코지앞 바다는 해녀들의 천국이다. 무거운 산소통도 없이 물질하는 해녀들의 모습이 정겹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거부한다. 독특한 제주방언이 그대로 튀어나온다. 사진을 찍지말라는 말인 것 같은 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다. 관광객들 틈에 끼어있다가 현지인의 말을 들으니 오히려 그들이 이방인같다. 해녀들이 잡은 전복과 소라는 즉석에서 판매된다. 이 일대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는 '섭지해녀의 집'에서는 싱싱한 전복으로 끓인 전복죽을 푸짐하게 먹을수 있다.

섭지코지를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곳이 있다. 신양해수욕장이다. 섭지코지의 곶부리가 둥그스럼하게 해수욕장을 감싸고 있어 연중 파도가 잔잔하다. 파도의 영향을 받지 않아 코발트 빛 바다색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수심이 깊지않고 모래 입자도 곱다. 방파제 앞 흰 등대 뒤는 태평양이다. 망망대해를 한 척의 배가 지나간다. 연근해에서 놀아야 할 갈매기들이 백사장에 자리잡았다. 그들도 봄소식을 기다리나 보다.

/제주=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아무리 국내라고 하지만 제주여행은 먼길이다. 제대로 된 여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신혼여행의 경우 항공편은 물론 호텔 등을 미리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 해 사스에 이어 최근 아시아 전역에 맹위를 떨치는 조류독감의 영향으로 올해 제주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족단위 여행객이라면 차량을 렌트해서 제주일주에 나서는 것이 경제적이다.

제주전문여행사 대장정투어(www.djj.co.kr)는 제주의 고급펜션과 특급호텔에서 머물며 렌터카로 자유여행을 즐기는 '제주펜션허니문' 상품을 내놓았다. 1인당 41만원. 또 가족단위 여행객을 위해 이 회사를 통해 차량을 대여할 경우 조랑말 체험승마, 미천굴 탐험, 4륜오토바이로 초원을 달리는 ATV체험 등 3가지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1577-4241, 064-711-8288.

■남국 정취 식물원 2곳

남국의 섬 제주에 가면 봄까지 훌쩍 뛰어넘어 여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야자수 숲으로 뒤덮인 한림공원과 동양 최대규모의 온실로 알려진 여미지식물원이다.

한림공원

한림공원은 1971년 공원조성을 시작한 이후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식물원, 동굴, 민속마을 등 제주의 특징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원스톱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입구에서부터 열대지방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200m 남짓한 길을 따라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야자수가 이어진다. 날씨가 차갑지만 야자수를 보는 순간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웬만한 추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개량된 것이라고 한다. 제주의 관문인 공항에서 내리면 볼 수 있는 야자수도 한림공원에서 보급한 종자이다.

2,000여종의 식물이 전시되고 있는 아열대식물원으로 들어가면 남국의 정취가 확 와닿는다. 열대지방 특유의 화려한 색깔의 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바나나, 파파야, 망고 등 열대과일이 즐비하다. 워싱턴야자, 코끼리발나무, 술병야자 등 야자수의 이름도 여러가지다. 다양한 형태의 선인장을 볼 수 있는 선인장군락도 볼거리이다.

여기서 흔히 손바닥선인장으로 불리는 백년초(百年草) 열매로 만든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열매를 먹으면 백년을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답게 식이성섬유, 칼슘, 철분 등 무기질성분이 풍부하다. 기관지천식, 소화불량, 불면증, 당뇨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열매를 사는 사람이 많다. 열매의 즙을 낸 뒤 탄산음료와 섞어 마시면 좋다.

다음은 동굴여행. 아열대식물원옆으로 나있는 협재굴과 쌍용굴은 한라산 화산폭발 때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생겨난 동굴. 여기에 석회수가 스며들면서 검은색 용암동굴이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천연기념물 236호. 이 동굴과 연결되는 황금굴, 소천굴, 초깃굴 등 20여개의 동굴이 하나로 연결돼있다. 길이만 17㎞이다. 학술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협재굴과 쌍용굴을 제외한 곳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동굴여행의 묘미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는 것.

이밖에 제주 중산간지방에 있던 초가를 원형 그대로 옮겨 복원한 재암민속마을, 희귀한 석재와 분재를 전시하고 있는 제주석과 분재원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제주 서쪽 협재해수욕장인근에 있다.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064-796-0001.

여미지식물원

제주관광의 중심지 중문단지내에 위치한 여미지식물원은 전체 규모 3만4,000평에 온실면적만 3,800평이다. 동양 최대규모인 이 온실에서 1,200여종의 식물을 만난다. 대부분 열대식물이다. 화접원, 열대과수원, 열대생태원, 다육식물원, 수생식물원 등 5개의 테마정원으로 나눠져 있다.

화접원은 꽃 색상이 화려한 구근베고니아, 공중에 뿌리를 내리는 판다누스 등 300여종의 열대식물로 꽃터널을 이룬다. 수생식물원에는 열대 및 아열대지역의 수생식물이 연못과 계단식 폭포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 뛰어난 조경미를 자랑한다. 열대생태원으로 발을 들이면 마치 열대우림 지역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정글의 늪지대, 울창한 숲속에 공중에 매달린 박쥐란 등이 인상적이다. 바나나, 망고, 리치 등 열대과일이 전시된 열대과수원과 다양한 모양의 선인장을 볼 수 있는 다육식물원을 보고 나면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 절로 난다.

높이 38m의 중앙홀 전망대에서 중문단지를 조망하는 것도 빼놓지 말 것. 입장료 성인 6,000원, 청소년 4,500원, 어린이 3,000원. 064-735-1100.

/제주=한창만기자 cmhan@hk.co.kr

■잠수함 타고 봄여행

제주의 봄은 땅과 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속에도 있다. 청정해역 제주의 바닷속을 제대로 보려면 무거운 산소통 등 각종 생명장비를 착용한 뒤 스쿠버 다이빙을 해야 한다. 하지만 배우기가 만만치 않고 일반인들이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도 바닷속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잠수함이다. 이전에는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을 돌아오는 코스가 유일했으나 지금은 마라도와 우도를 돌아보는 잠수함이 생기는 등 코스가 다양해졌다. 무한경쟁을 벌여야하는 업체들은 피곤하겠지만 관광객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한결 넓어진 셈이다.

문섬은 10년전 세계 수중사진 촬영대회가 열릴 정도로 해저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서귀포·문섬을 둘러보는 잠수함 마리아호는 1988년부터 15년 동안 바닷속을 왕래한 수중관광의 터줏대감. 세계 유일의 맨드라미 산호 군락지이기 한 이 곳의 감상포인트는 다양한 해조류와 형형색색의 열대어들. 역사가 오랜 만큼 가장 많은 볼거리가 많다. 지난 해부터 마리아호 대신 신형 잠수함인 지아호를 투입, 운항하고 있다. 서귀포 시내에서 전화를 하면 무료 셔틀버스 이용이 가능하다. 대국해저관광 064-732-6060.

2000년 문섬 코스에 도전장을 내민 용궁호는 섬속의 섬으로, 최근 각광받는 우도 앞바다의 해저비경을 즐길 수 있다. 성산일출봉옆 성산포유람선 선착장에서 출발, 우도봉 앞 기암절벽의 아찔한 장관을 즐긴 뒤 바닷속 해조류와 물고기를 만나는 색다른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씨월드 064-784-2338.

지난 해 연말 첫 취항한 보이저호는 국내 최대의 산호군락지인 마라도를 둘러본다. 잠수함 취항지인 송악산 관광지구 해안은 이전부터 스쿠버다이버들이 즐겨 찾는 곳. 잠수함에 승선하기 위해 유람선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이 일대 해안절경을 덤으로 볼 수 있다. 제주잠수함관광 064-794-2000.

승선료는 성인 4만9,500원, 청소년 3만9,600원, 어린이 2만9,700원으로 동일하다. 승선 2시간 전까지 예약을 마쳐야 하며, 20분전까지 선착장에 도착해야 한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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