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2일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후보간 '경제 논쟁'이 본격 점화됐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9일 순풍을 타고 있는 미 경제 상황을 배경으로 장밋빛 경제 청사진을 밝히면서 기선 잡기에 나섰다.이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존 케리 상원의원이 집권 3년간 단 한 개의 일자리도 늘리지 못한 부시의 실업대책과 내실 없는 경제성장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역공을 전개했다. 역대로 외교·안보 이슈 보다 실업 등 경제 이슈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결정해온 미 유권자들의 성향에 비춰 이번에 시작된 경제 논쟁은 올 한해 미국 대선 정국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올해 미국 경제가 4.0%로 성장하고 26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내용의 '대통령경제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지난해 단행한 세금감면이 기업성장을 회복시켰으며 미국 경제는 갈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2000년 초의 주식시장 거품 붕괴와 함께 시작된 불경기, 테러공격, 아프가니스탄 전쟁 및 이라크전쟁,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 등을 극복해 장기적 호황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전망이 실현된다면 올해는 부시 재임이후 일자리가 순증하는 첫 해로 기록된다. 부시 취임이후 미국에서는 2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특히 지난해의 경우 부시가 17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5만 3,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부시 대통령의 호언 만큼이나 비판론자의 반론도 거칠어지고 있다.
존 케리 의원은 "미국에게 필요한 것은 이 따위 새 보고서가 아니라 새로운 대통령"이라며 "이번에 제출한 보고서는 전쟁 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보고서 만큼이나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민주당은 경제성장률이 8.2%에 달했던 지난해 3·4분기에 미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 상승률이 0.8%에 그쳤다는 점을 들어 경제 성장이 기업가와 주식소유자 등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그들만의 잔치'라고 비판했다. 1조 7,000억달러의 감세와 전쟁으로 인한 군비지출에 힘입은 경기 부양이 근로자의 소득·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부시 등장 이후 미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해 부자 1%들의 세금이 미국 전체 가정의 절반(49%)의 세금과 맞먹고 있다"며 "현재의 눈부신 성장은 한낱 TV의 리얼리티 쇼"라고 일갈했다.
때마침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유럽에서 강연하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제 점수는 A학점이지만 부시 현 대통령은 D학점"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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