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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경찰은 없었다

입력
2004.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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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친구야. 우리가 조금만 서둘렀어도 이 자리에 함께 웃고 있었을 텐데…."10일 오전 경기 포천시 소흘읍 D중학교 2학년 교실. 교실 안은 짙은 국화향과 낮은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40여일 만의 재회의 기쁨은 간데 없고 교실은 끝내 주검으로 돌아온 엄모(16)양의 추모식장으로 변했다. 잠시 후. 울먹이던 학생들 사이에서 경찰을 성토하는 말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왔다.

"친구가 실종된 뒤 형사들이 많이 찾아왔지만 '단순 가출이니까 금방 찾을 수 있다'면서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만 했어요."(김모양) "친구가 집 앞에서 ' 집에 들어간다'고 전화까지 했다는데 경찰아저씨들은 가출 경력이 있는 애들만 붙잡고 캐묻더라구요."(송모양)

경찰 수사는 실제로 엉터리였다. 엄양이 학교에서 불과 500m 떨어진 집으로 오다 실종된 것은 지난 해 11월 5일. 엄양의 부모와 이웃주민 300여명은 실종 다음날 부터 '엄양찾기 주민모임'을 만들어 남양주에서 철원까지 뛰어다니며 자비로 만든 전단 80만장을 뿌렸다. 군인인 엄양의 아버지는 군인 동료들과 군견까지 동원, 수색작전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12월 22일 엄양의 책가방과 휴대전화가 인근에서 발견될 때까지 '단순 가출사건'으로 보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그 사이 엄양의 시신은 음습한 배수로안에 버려진 채 차갑게 식어갔다. "경찰 믿다간 또 우리가 당하겠어요…." 분노한 주민들은 엄양의 노제때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에게 경찰의 엉터리 초동수사에 항의하는 전단를 배포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

경찰의 자세로 볼때 최근 잇따라 발생한 실종, 피살사건 범인을 이른 시일내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대신 "부족한 인력 탓에… "라고 똑 같은 핑계를 대는 경찰의 모습은 정말 보고 싶지 않다.

이왕구 사회2부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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