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라는 권위를 떨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광주 월곡중 김선호(57) 교감은 요즘 '참교육의 꿈'을 이룰 생각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 출신으로는 전국 처음으로 중등학교장으로 나가 자신의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31일 '2004년도 중등교장 승진 후보자'로 임명된 김 교감은 9월 1일자로 '후보자' 꼬리표를 떼고 일선 학교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1987년 전국교사협의회 활동을 시작으로 교육운동에 뛰어든 그는 광주지역에서 손꼽히는 교육민주화 1세대 주자다. 89년 5월 결성된 전교조 창립 멤버로 97∼99년 전교조 광주시지부 국·공립지회장을 맡아 전교조 합법화 투쟁을 벌이는 등 교육 민주화운동에 앞장 섰다. 교육민주화운동에서는 '원로'인 셈이다. 2000년 9월 교감으로 승진하면서 전교조를 떠났지만 지금도 각종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 후배 교사들을 독려할 정도로 교육운동의 열정은 남다르다.
덕분에 '윗분'들에게 "교감이라는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문제 교감'으로 찍히기도 하지만 탈권위와 민주적 학교운영을 바탕으로 한 그의 남다른 교육애와 교육철학만큼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는 모든 학내 의사결정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학교 소풍조차도 각 학급별로 담임 교사와 학생들이 의견조율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
지난해 11월에는 학교단위로는 처음으로 학교 예·결산 내역을 공개하고 학교의 연간 교육사업계획서를 학부모들에게 발송하는 등 '참교육 실천 보고대회'를 개최해 교육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교조를 지지하고 동조했던 교사들이 지금 교장, 교감이 된 뒤 초심을 지키지 못하고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게 매우 안타깝다"는 그는 "스승과 제자, 교우가 제 역할을 하는 참교육을 통해서만 '즐거운 학교'가 만들어지고 나아가 올바른 교육의 틀이 확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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