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해결사',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불렸던 이헌재씨가 야인생활 3년6개월만에 다시 경제팀 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청와대의 삼고초려에도 '복귀'를 고사했던 이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치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시간과 권한'을 보장 받고 9일 밤에야 최종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위기 극복 당시 보여준 그의 리더십과 추진력은 지금과 같은 경제·금융 위기를 해결하고,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대내외 불안감을 씻기 위한 '최고의 카드'라는 평가가 발탁의 배경이 됐다. 특히 참여정부 1기 경제팀에 대해 '선장이 낮잠을 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부총리의 리더십 부족에 대한 질책이 많아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 부총리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장론자인데다 종종 '권위주의적'이란 평을 듣는 그가 참여정부와 '코드'가 맞을지도 의문이지만, 동시에 이번 개각으로 노무현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출범 초기의 경제철학을 전면 폐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금융통이다. 재무부 공무원으로 승승장구하다 1979년 율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재정금융심의관을 끝으로 당시 김용환 장관과 함께 옷을 벗은 뒤 20년간 민간 분야에서 일하다 김대중 정권 시절 발탁돼 금융감독위원장과 재경부장관을 지낸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부총리는 특히 금감위원장 시절 전례 없는 은행 퇴출과 5대 재벌 구조조정 등의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 경제를 외환위기에서 탈출 시킨 1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에게는 '시장주의자'와 '관치의 화신'이라는 엇갈린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재경부 장관으로 옮긴 뒤에는 정치에 치여 개혁에 대한 소신을 접고 7개월만에 무기력하게 물러나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부총리의 취임으로 기존 경제정책의 '큰 틀'은 유지되겠지만, 증권·투신 구조조정을 비롯한 각종 현안 처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개혁이나 분배보다는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눈 앞에는 청년실업 해소와 신용불량자 문제, 소비심리 회복, 경기활성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난국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것으로 한 사람의 재능이나 추진력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이 부총리가 역량을 발휘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입증된 바 있는 이 부총리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리더십이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진진숙(陳眞淑) 씨와 1남1녀.
중국 상하이·60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행정고시 6회 재무부 재정금융심의관 대우반도체(주) 전무 한국신용평가 사장 증권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위원장 재정경제부 장관.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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