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시장'이라는 단어가 부쩍 많이 쓰이게 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진입 이후부터다. 시장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각종 분야의 행위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됐다. 하지만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어서 과연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경제적으로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정부는 시장에 맡기자고 하고, 재계는 시장의 판단에 따르자고 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똑같이 시장을 말하는 것인데, 무엇이 다른 것인지 일반 국민들만 헷갈렸다.■ 재계가 경제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중점사업으로 삼을 정도다. 경제 5단체장들이 직접 나서 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초·중·고·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 등 연인원 2만8,000여명을 상대로 경제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시장경제원리 확산과 반(反)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서다. 교사들에 대한 강연에서 재계 수장들은 기업 및 기업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주로 이야기했다. 반응이 좋았던지 재계는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재계는 경제 교과서에 틀린 부분이 무려 62건이 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환원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생산경제의 단위체' '영리를 목적으로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라는 것이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다. 틀린 곳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 정부도 긍정적이어서 다음달부터 42건이 바뀐다고 한다. 이익단체의 요구로 교과서가 이처럼 많이 고쳐지기는 처음이다.
■ 재계의 설명을 들으면 우리 국민은 시장과 기업에 대해 상당히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도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책임의 상당 부분은 기업과 기업인에 있다는 지적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계는 왜 국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재계는 이것이 시장이나 기업의 개념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스스로 느끼게끔 유도해야 한다. 미국 재계는 첫 기업윤리연구소를 공동 설립키로 했으며, 유럽연합(EU)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표준을 만들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비슷하다. 기업경영의 중심이 수익에서 윤리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말로만 세계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이런 움직임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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