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사태의 후폭풍이 이번엔 100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 (ABS) 시장을 강타할 전망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추진중인 LG카드 정상화 방안이 초우량 채권 대접을 받는 ABS를 자칫 정크본드 수준의 불량채권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ABS는 LG카드 회생의 복병
9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LG카드 채권단은 LG카드가 발행한 ABS의 만기를 향후 1년간 일괄 연장하면서 일부 ABS 자산은 LG카드의 기업어음(CP)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ABS란 기업의 부동산이나 채권, 미래의 수입 등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카드사의 경우 현금서비스 등 우량 대출자산을 기초로 주로 발행한다. 하지만 카드사가 발행한 ABS의 경우 대부분 '트리거(조기상환 발동조항)'가 걸려 있어 ABS를 발행하면서 담보로 세운 자산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이를 새로운 우량자산으로 바꿔 넣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ABS 소지자는 만기 전이라도 즉각적으로 발행회사측에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LG카드의 경우 지난해 말 유동성위기에 따른 신규영업 중단과 연체율 증가로 ABS 자산이 불량화하더라도 대체할 우량자산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 따라서 자산 부족분 중 모자란 부분만큼 CP를 발행해 메운다는 것이 정부와 채권단의 복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LG카드의 경우 올해에만 3조5,000억원의 ABS 만기가 돌아온다"며 "만기 때 트리거 조항이 발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일부 ABS 자산을 CP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ABS시장 훼손 우려
이에 대해 LG카드 ABS를 갖고 있는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물론 회사채 시장 관계자들도 "ABS의 상품구조 자체를 훼손하는 반(反)시장적 편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담보채권인 ABS를 무담보 CP로 대체하는 LG카드 정상화방안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일반 ABS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ABS는 통상 '트리플 A' 등급 이상의 우량조건으로 발행되고 있다"며 "보장장치를 무시한 채 담보도 없는 CP로 ABS를 대체하는 것은 ABS 시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ABS의 신규발행 중단이나 대규모 환매사태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LG카드 처리에 대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올 1월 중 ABS 발행은 지난해 12월보다 67.5%나 줄어든 1조1,443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ABS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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