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 대신 주방위군으로 복무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병역 문제를 두고 민주당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부시 대통령이 8일 창과 방패의 공방을 벌였다. 11월 대선에서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후보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부시와 케리의 '병풍' 공방은 월남전 참전 퇴역 군인들과 주 방위군 출신들의 표심을 직접 겨냥하면서 누가 미국의 안보를 책임질 적임인가의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NBC TV의 아침뉴스 대담프로 '언론과의 대화'에 출연, "내가 베트남 전 기간 텍사스 주 방위군에서 앨라배마로 전속한 후 주 방위군을 무단이탈했다는 주장은 틀렸다"며 "나는 자랑스럽게도 내 시간을 던져 복무했으며 명예제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결코 주방위군에 복무한 사실을 욕되게 하지 않겠다"며 "그것은 수많은 멋진 국민들이 주방위군에서 복무했고, 지금도 그들은 이라크에서 복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자신에 대한 공격이 40만 주 방위군 장병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사 주간 타임은 최신호(2월16일자)에서 부시가 예일대 졸업 후 1968년 베트남에 파병될 가능성이 적은 텍사스주 공군 방위군에 입대, 73년 규정보다 8개월 일찍 명예제대하기까지의 과정이 의혹투성이라고 지적했다. 텍사스 출신 하원의원인 아버지 부시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2000년 대선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됐지만 이번에는 앨라배마에서 상원의원 선거를 지원하면서 훈련에 제대로 참가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혹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테드 매콜리프 민주당 전국위원회의장은 1일 부시 대통령을 '무단이탈자(AWOL)'라 부르며 베트남전 참전 영웅인 케리 의원의 군 경력과 비교했다.
부시 대통령은 "내가 얼마나 충실히 훈련에 참가했는지를 알려줄 기록을 전부 공개할 것"이라면서 "전쟁 대통령으로서 나는 이번 선거가 미국의 힘을 누가 더 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싸움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을 지켜본 케리 의원은 "명예제대가 부시의 앨라배마 훈련 불참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케리 의원은 주방위군 복무자를 의식, 부시의 입대 자체에 대한 공격은 피했다. 그러나 케리 의원은 "당신이 그런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을 충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의 훈련 불참 의혹을 겨냥했다.
케리의 공세는 다분히 수백만 명에 달하는 월남전 참전 퇴역 군인 및 가족들의 표를 의식한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 성향을 보여왔지만 유세장마다 참전 용사들과 함께 나타나는 케리가 지지의 물결을 높이 타고 있다고 영국 옵서버지가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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