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국민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8일 터키 총리로는 13년 만에 한국을 공식 방문한 레젭 타입 에르도안(50) 총리는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999년 두 차례 대지진과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보여준 한국의 성원에 감사한다"며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의 방한은 이 같은 양국간의 정서적 유대를 경제·외교 등 실질적인 분야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는 우선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북핵 해법 등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이라크 국민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한국의 이라크 파병은 "이해 차원을 넘어 지지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도 한국 정부가 택하고 있는 "평화적이고 타협적인 방법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해 준다"며 북한에 대해서는 "자기파괴적인 고립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특히 경제교류 활성화를 양국 간 최대 현안으로 꼽았다. 그는 자신이 취하고 있는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자세히 설명한 뒤 "한국이 터키에 투자한다면 한국 기업의 유럽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터키 대사관측은 이와 관련해 내년부터 터키와 유럽연합(EU)간 관세동맹이 발효되기 때문에 아무 제한 없이 터키에서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고 터키 시장의 매력을 소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인터뷰 내내 터키 정부의 최우선 명제가 '국제화'라는 인상을 갖게 할 만큼 국제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평화조차 단일국가의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며 "한 국가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 EU가입을 국가적 목표로 삼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에르도안 총리는 "미국, EU와 40∼50년 간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국제관계가 친구를 사귀는 것인 만큼 이런 조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가입에 대해서는 "이미 345만 명의 터키 국민이 유럽에 살고 있어 실제로는 터키가 이미 유럽에 속해 있는 셈"이라며 "EU가입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활로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터키 정부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인 쿠르드족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이 독립을 전제한 자치권 확보 등을 주장하는 것은 이라크 평화에 아무런 득을 가져오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쿠르드족이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에 일정부분 기여한 반대급부로 정치적 입김을 강화하려 하는 움직임도 역내 안정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면서 강력히 비판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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