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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계단" 이장수 PD/"천국의 계단은 聖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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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계단" 이장수 PD/"천국의 계단은 聖劇이다"

입력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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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가는 계단에는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다. 상투적인 이야기,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 인기 스타에 대한 지나친 의존. 5일 종영한 SBS '천국의 계단'은 '역시 지옥의 에스컬레이터'(SBS 시청자의견 게시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 문제 투성이 드라마는 숱한 사람들을 잡아 끌었다. '천국의 계단'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43.5%. 열혈 팬 사이에서 '천계 중독증' 증세가 나타나고 있고 OST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세상이 미혹에 빠진 것일까? ''천국의 계단'의 연출자로 로고스필름의 대표로 제작 전반을 책임진 이장수 PD의 대답은 단연 'NO'다. SBS '천국의 계단' 시청자 의견 게시판과 안티 사이트에 올라온 지적에 대해 이 PD의 솔직한 답변을 들어봤다.

―시청률을 위해 작품성 포기했나?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 PD는 PD가 아니다. 시청률 낮으면 나만 망하는 게 아니다. 작가, 스태프, 방송국, 시청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하지만 '천국의 계단'은 시청률보다 작품성에 초점을 맞췄다. 해외에서까지 호평을 받았던 SBS 특집드라마 '곰탕'(1996)보다 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랑도 있구나. 죽음이 영원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구나'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천국의 계단'은 하나님의 사랑을 그리려고 한 성극(聖劇)이다. 촬영 전 2∼3개월 간 새벽 기도회에 나갔다."

―콩쥐팥쥐와 신데렐라의 복사판. 사랑 방해하는 악녀에 비해 주인공은 바보처럼 착하고 게다가 불치병으로 죽는 스토리까지 완전 동화다. 시청자가 바보인가?

"스토리가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인정한다. 낡은 이야기 틀을 빌려온 것도 사실이다. 메시지를 강조하다 보니 디테일에는 문제가 좀 있었다. 하지만 정서가 바보처럼 보이는 것은 쉽게 복수하지 않고 용서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대결, 화해와 용서, 사랑에 이르는 단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어서 꼭 지구가 아닌 다른 별나라 사람들의 쇼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 싶지 않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안 한다. 불륜이나 외도, 비정한 사회현실을 TV 드라마가 보여준다고 해서 훌륭한 건 아니다. 그건 꿈을 빼앗는 일이다. 나는 드라마를 통해 현실에서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이상향을 그리고 싶다.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부터 '별을 쏘다'와 '천국의 계단'에 이르기까지 내 작품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옥에 티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실수와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나온다. '옥에 티'가 아니라 '옥에 먼지' 아닌가?

"내 서재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서류 파일을 봐라. 대본 작업만 1년을 했다. 몰라서 그 많은 실수가 생긴 건 아니다. 지하철 장면을 보자. 들어갈 때는 옥수역, 나올 때는 버티고개역이다. 사실성을 포기하더라도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권상우와 최지우의 혀 짧은 소리는 장안의 우스갯거리가 됐다.

"발음이 부정확하다고 훌륭한 연기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건 방송기술이 덜 발달한 20세기에나 통용되는 고정관념이다. 연기자는 느낌이 중요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터미네이터'도 훌륭하지 않았나?"

'천국의 계단'을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시청률이 너무 빨리 40%를 넘은 것'과 '추위와의 싸움'을 꼽은 이장수 PD. 그는 "한국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해 태권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이라며 "미국 영화사인 파라마운트와 SBS가 공동투자 하는 형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장수 PD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8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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