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구속 중인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 석방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비리 부패에 대한 염증과 깨끗한 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정치개혁의 기로를 맞고 있는 이때 비리 혐의로 구속된 의원에 대해 의원들 스스로가 던진 가(可)표가 158표나 된다니 기가 찰 일이다. 시대를 거스르는 집단이기의 행동으로, 입법부의 결정이라고 믿기가 어렵다.이 결의안은 한나라당이 어제 오후 기습 상정했다. 제안설명은 "한화 김승연 회장이 보낸 팩스 한 장을 근거로 도주 우려가 없는 현역의원을 구속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또한 한나라당 대변인은 결의안 통과 후 "이를 계기로 회기 중에는 불구속 상태에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헌법 44조의 정신이 확립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가당치 않은 짓거리다. 빗발치는 여론에도 불구, 염치없는 방탄국회로 비리의원을 감싼 적이 한두 번이 아닌 정치권이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애당초 없다. 게다가 정당성과 필연성에 대해 어물쩡거리고 만 시급한 의정활동이 무엇인지도 납득되지 않는다.
서 의원에게 억울한 점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를 가릴 사법적 절차는 엄연히 남아 있다. 팩스 한 장에 대한 판단 효력은 한나라당의 한마디면 무력화해야 하는가. 한나라당이 그만한 도덕성을 갖춘 정파라고는 스스로도 자신하지 못할 것이다. 결의안 통과로 서 의원은 석방됐지만, 이를 수긍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결의안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듯이 '입법부의 검찰 견제'도 아니고, 평소 인권에 애착을 보여 온 남다른 행태는 더더구나 아니다. 제 식구 관련 의혹을 감싸기 위해 이렇게 몰염치한 행위를 서슴지 않으면서 어떻게 상대방 의혹의 제기는 당당할 수 있는가. 국회가 아니라 의원총회의 결의였더라도 비난을 샀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