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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앳의 DVD세상]"따오판"을 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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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앳의 DVD세상]"따오판"을 멀리하자

입력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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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DVD로 보는 것을 감상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더 화려한 영상과 음향을 즐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DVD를 재생해주는 플레이어나 PC용 DVD롬으로 볼 때는 모든 내용은 결국 디지털이며 컴퓨터처럼 0과 1이 반복되는 수많은 비트(bit)로 조합된 데이터일 뿐이다. 복잡한 비트의 고리를 기계가 읽고 해석해 거실에서도 극장처럼 앞뒤로 주인공 얼굴의 주름 하나까지 정밀하게 보여주는 영상과 웅장한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디지털의 반대는 아날로그다. DVD가 등장하기 전에 사랑받았던 비디오 테이프는 얼핏 플레이어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저장 방식은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로 돼 있어 테이프가 끊어져도 연결만 하면 그 부분만 잠깐 못 볼 뿐 앞뒤로 그대로 볼 수 있다. 반면 DVD는 디지털 미디어이기 때문에 금이 가거나 부분적으로 파손이 되면 십중팔구 DVD 전체를 볼 수 없게 된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DVD 등장 이후 새로운 비디오 테이프인 D-VHS가 개발돼 애호가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마치 캠코더가 8㎜ 아날로그에서 8㎜와 6㎜ 디지털 방식으로 진화한 것처럼 비디오 테이프를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하고 재생하는 플레이어와 테이프가 등장해 고화질(HD) 방송 녹화용으로 인기가 높다. 이미 국내에도 HDTV 방송을 즐기는 마니아들 사이에 100만원이 넘는 D-VHS 플레이어, 이른바 디지털 녹화기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놀랍게도 이 D-VHS는 DVD보다도 화질이 더 뛰어나다. 마치 비디오 테이프를 보다가 DVD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느끼게 된다.

디지털로 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아날로그와 달리 복제해도 원본과 달라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비디오 테이프는 복사를 거듭하면 화질과 음향이 눈에 띄게 나빠지지만 DVD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DVD타이틀에 들어있는 데이터를 뽑아내 불법 동영상 파일로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주고 받는 일들이 요새 부쩍 늘었다.

DVD는 저장 매체일 뿐 그 안에 저장된 디지털 데이터는 약간의 컴퓨터 지식만 있으면 컴퓨터로 복사하고 세계를 잇는 인터넷을 통해 주고 받을 수 있다. 이미 국내외 DVD제작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DVD에서 추출한 불법 동영상 복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단속 활동에 나서고 있다. 복제가 쉽다 보니까 또다시 이들 데이터를 녹화 가능한 DVD인 DVD-R에 저장해 판매하는 일이 늘고 있다. '따오판'이라 부르는 이 불법 DVD는 표지나 디자인은 대부분 조잡하지만, 원본 소스는 디지털 데이터이기 때문에 의외로 좋은 것이 많다. 정품보다 저렴한 탓에 구입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인 만큼, 더 좋은 영화와 음악을 창작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는 문화 예술인들을 위해, 절대로 보지도 듣지도 말아야 한다.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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