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요. 가뜩이나 딸 가진 부모들은 이제 어떻게 하나요?" 하굣길에 실종된 여중생 엄모(15·포천D중2)양이 실종 96일만인 8일 주검으로 발견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9일 40대 여성 보험설계사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기 포천 일대에 '살인의 추억'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 말 경기 화성일대를 무서움에 떨게했던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바로 그 영화. 영화 내용처럼 경찰은 범인 흔적조차 찾지 못한 채 헛손질만 연발해 주민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사건 정황 살인의 추억과 흡사
실제로 엄양 사건의 정황은 여러모로 '살인의 추억'과 흡사하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엄양 집에서 6㎞ 떨어진 도로변 외진 곳의 콘크리트 배수관 내. 화성사건 피해자 9명도 모두 인적이 드문 농수로, 논바닥, 야산 등에서 발견됐다. 배수관 안에 웅크리고 앉은 자세로 발견된 엄양 시신은 화성사건 2차 피해자를 연상케 한다. 성폭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신이 알몸상태로 발견된 점, 범인이 현장에 자신의 물건을 남기지 않은 점 등도 비슷하다.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콘돔은 다른 '아베크족'의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경기도 경찰청은 화성사건수사에 8차례나 참여했던 하승균(58) 강력계장을 9일 밤 포천수사본부로 급파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하 계장은 "화성 사건 피해자들은 범행현장에서 살해됐지만 포천사건은 범행에 차량이 이용됐다"며 확대해석을 일단 경계했다.
유사사건 잇따라, 불안 증폭
이 와중에 엄양이 실종됐던 소흘읍에 사는 보험설계사 A(47·여)씨가 20일째 연락이 두절돼 주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씨는 "부동산 사무실인데 곧 집으로 들어 가겠다"고 노모에게 전화를 건뒤 소식이 끊겼고, 최종 통화지역은 강원 화천군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집에서 엄양의 집까지는 불과 3㎞ 정도 거리. 경찰은 엄양사건과의 연관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해 7월 중순께 소흘읍 송우리에서 여중생 2명이 남자 3명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사실이 추가로 밝혀져 엄양사건의 동일범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천 어린이 피살에 이어 포천에서 실종, 피살사건이 잇따르자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도내 초·중교에 공문을 보내 외출시 행선지 알리기, 혼자 다니지말기 등을 교육하도록 했을 정도. 포천시내 최모(36·상업)씨는 "딸 아이(초등생)가 집을 나서면 왠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엄양 부검 결과 평소 매니큐어를 사용하지 않는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조잡스럽게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는 점을 중시, 성적 일탈자의 범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포천=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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