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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도… 수형생활도… 만학의 어려움도 배움 향한 열정 꺾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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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도… 수형생활도… 만학의 어려움도 배움 향한 열정 꺾지 못했죠"

입력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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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순간, 배움에 대한 열정이 거세게 타올랐습니다."9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2회 독학학위 수여식에서 학위를 받은 정천수(44·행정학·왼쪽)씨는 험난했던 배움의 여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고한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절로 붉어졌다.

안산시청 공무원인 그는 백혈병으로 한 쪽 폐를 잘라내는 등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골수이(異)형성증과 결핵이 겹쳐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사망판정을 받았으나,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이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병을 치료하느라 재산은 거덜이 났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 학원 수강조차 엄두를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향학열만큼은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주변 여건이 힘들어질수록 열정은 더 커져 갔다. 8만3,000원을 들여 구입한 7권의 교재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정씨는 "어렵고 힘든 처지의 사람들에게 털끝만한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수형생활 속에서도 충북지역 전체 수석을 차지해 특별상을 받은 이모(39)씨의 인간승리도 졸업식장을 숙연케 했다. 이씨는 "지난해 가을 면회를 왔던 아버지의 왜소하고 초라한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며 "효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학위증서와 상장을 가장 먼저 아버지 품에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 최고령자로 특별상을 받은 민경애(61·국문)씨는 심한 감기 몸살로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추계예술대 대학원 서양화 전공에 합격해 3월부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민씨는 "여고를 졸업하고 결혼해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면서도 미술대 진학의 꿈을 버리지 못해 꾸준히 그림공부를 해왔다"고 말했다.

현역 대구광역시의회 의원인 서보강(56·행정학·오른쪽)씨는 1965년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38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됐다. 1991년 독학사 제도와 첫 인연을 맺은 이후 12년 만이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평균 93.92점의 성적을 얻은 송문영(23·여·영문)씨가 교육부 장관이 주는 최우수상을, 전공별로 최고점을 얻은 이연호(44·여·국문)씨 등 9명이 방송통신대 총장이 주는 우수상을 받는 등 944명이 학위를 받았다. 최고령자인 진무성(64·법학)씨와 최연소자 조민경(19·여·가정)씨에게는 특별상이 주어졌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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