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가 9일 통과시킨 정치개혁 관련 법안엔 의미 있는 내용이 상당하다. 정치자금 입·출구 투명화, 돈 안드는 선거 문화 만들기, 정치 신인의 진입장벽 완화, 선관위 조사권한 강화 등이 핵심 줄기다. 지난 해 말 각종 개혁조치 도입을 머뭇거리다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정치권이 뒤늦게 정신차린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법 내용만으로는 우리 정치·정당·선거 제도의 수준을 크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제는 법 내용이 너무 현실보다 앞서나가 있어 "실제로는 무리"라는 회의적 시각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법 시행 과정에서 현실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숙제라는 얘기다.
선거법에선 예비후보자의 사전선거운동을 선거일 120일전부터 허용하고 현역의 의정보고를 선거일 90일전부터 금지 하는 등 현역과 신인의 불평등을 해소한 게 눈에 띈다.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해 정치인의 모든 기부행위를 상시금지 했고, 합동연설회와 정당·후보자 연설회도 폐지했다.
정치자금법에는 최근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 여파가 그대로 미쳐 정경유착, 음성정치자금 제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획기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겼다.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 금지한 게 대표적인 예. 또 중앙당 등 각종 후원회 폐지, 고액 기부자 신상 공개, 일정액 이상 정치자금 지출시 수표 신용카드 사용 의무화 등은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위해 진작부터 여론이 요구해 온 제도들이다.
정당법에선 '돈 먹는 하마'로 지목돼 온 지구당을 이번 총선 전에 폐지키로 한 게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중앙당 유급 사무원 축소도 고비용 정치 해소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거론돼 왔다.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 등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선거구조정 어떻게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9일 잠정 합의한 '인구 상·하한선 10만5,000∼31만5,000명'의 선거구 획정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지역구 의원 수는 현재 227명에서 최소 7명, 최대 11명까지 늘어난다.
여야는 의원수 증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 의원 총수는 273명 그대로 유지키로 했기 때문에 그 만큼 비례대표 의원 수가 줄어들게 된다.
지역구 증감 면에서 여야에 특별한 유·불리는 없지만 한나라당은 다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강세 지역인 영남에서 4개 선거구가 느는 대신 7개가 줄어들기 때문. 특히 TK는 5곳이 통폐합 대상이다.
민주당은 당초 유력하게 논의된 10만6,579∼31만9,738명안을 적용할 경우 전남에서 4개 선거구가 통폐합될 처지였지만 막판에 수정안을 제안, '호남 1개 순감'으로 선방했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선 11개 선거구가 새로 생겨나지만 지역색이 약해 특정 정당의 득실을 따지긴 힘들다.
한나라당은 "분구와 통폐합을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9, 10개 가량 선거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7, 8개 정도"라고 말해 선거구획정위 조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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