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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푸른 수수깡을 씹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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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푸른 수수깡을 씹던 시절

입력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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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어떤 음식점에 갔다가 그 집 마당에 심어놓은, 이제 막 제 입 속의 솜을 내뱉기 시작하는 목화 몇 포기를 보았다. 너무도 반가워 아이에게 이게 바로 목화라고 일러주자 아이는 그걸 옆에 철 늦게 피어있는 부용꽃 바라보듯 무심하게 바라보는 것이었다.하기야 아이가 목화를 반가워해야 할 이유도, 신기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것은 그저 숱하게 처음 보는 들풀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늘 단 것에 목이 말랐다. 한겨울, 가마에 엿을 고을 때 말고, 또 어머니가 부엌 찬장 깊숙이 감추어놓은 당원에 손을 대지 않고 우리가 단 것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하나는 새파란 수숫대를 꺾어 그 안의 물기 가득한 푸른 수수깡을 질겅질겅 씹는 것이었고(사탕수수뿐 아니라 모든 수숫대에는 그렇게 미량의 사탕 성분이 있다), 또 하나는 새파란 목화(다래)를 따서 질겅질겅 씹는 것이었다. 그러나 둘 다 어른에게 들키면 크게 야단맞을 일이었다.

그런 설탕이 물가지수 품목에서 빠진 지도 이미 오래다. 정말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면화와 수수깡과 설탕 사이로도 시간은 흘러가고, 삶의 풍습도 달라져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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