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한 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일부 농촌 의원들이 '기명투표'에 대한 국회법 조항을 착각, 국회의장에게 격렬히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농촌당(黨)'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요구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맞서 기명투표 동의안을 제출한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이들에겐 '기명투표=전자투표'였다. 찬반 의원 명단을 회의장 전광판에 즉시 공개하는 전자투표를 통해 도시 의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속셈이었다. 한나라당 박진 오경훈 의원 등 일부 도시 출신 의원들이 예상 밖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바람에 무기명 투표를 부결시키는데 성공한 '농촌당'은 기명투표안을 125대 83으로 관철시켜 기세를 올렸다.그러나 박관용 국회의장이 "여기에서 기명투표는 전자투표가 아닌, 투표용지에 이름을 적어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라고 설명하자 '농촌당' 의원들의 얼굴색이 노래졌다. 이들은 곧바로 의장석앞으로 뛰쳐나가 "편파적 해석"이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찬반 명단이 즉시 공개되지 않으면 도시 의원들이 FTA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 의장은 국회법 책자를 들이대며 반박했다. 박 의장에 따르면 국회법 112조 1항은 전자투표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2항은 '재적 5분의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기명·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본회의 표결로 채택된 기명투표 방식은 전자투표 원칙의 예외로 선택한 것인 만큼 전자투표가 아닌 투표용지에 이름을 써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방식"이라는 논리였다. 결국 농촌 의원들은 "국회법도 잘 모른 채 억지만 썼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 됐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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