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재산권을 옭아맸던 고도제한이 겨우 풀렸는데, 이젠 용적률 제한이라니요? 옛시가지 사람들은 성남 시민이 아니란 말입니까?"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K아파트에 사는 주부 한현수(49)씨는 요즘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한씨의 아파트는 지은지 18년된 5층짜리 서민아파트. 좁은 주차공간과 낡은 배관시설, 부족한 편의시설 등으로 고통을 겪어왔지만 군사시설 인근이라는 이유로 고도제한 지역에 묶여 재건축은 꿈도 꾸지 못했다. 국방부 앞 1인 시위 등 5년여의 투쟁 끝에 2002년 고도제한철폐란 결실을 맺었고 지난해 재건축 조합까지 만들어져 한씨의 '새집' 마련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난달 12일 성남시가 내린 '일반주거지역 종세분화 결정조치'는 한씨를 또 좌절케 하고 있다.용적률 210%, 재건축은 그림의 떡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 지난달 이뤄진 성남시의 종세분화 조치를 따르면 현재 용적률 156%인 한씨 아파트는 2종으로 분류됐다. 재건축 용적률이 최고 210%로 제한된 것. 이 정도로는 입주자들의 분담금이 너무 크고 수익률이 적어 사실상 재건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한씨의 주장이다.
용적률이 높아진 한씨의 아파트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 2종으로 분류된 수정구 신흥동의 T아파트는 기존 용적률(232%)보다 오히려 축소됐다.
이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분당신도시와의 형평성 문제. 인근 분당의 경우 60% 이상이 3종(용적률 최고 280%)이다.
반면 성남 옛시가지는 현재 들어선 건물의 입지가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단독주택지역은 1종, 중·저층 아파트는 2종, 고층아파트는 3종으로 분류돼 개발 소외지대였던 성남시 수정구, 중원구 등의 대다수 주택들은 2종 판정을 받았다. 수정구, 중원구의 서민 아파트 68곳중 3종 판정을 받은 곳은 지난해 7월 이전에 사업승인이 된 22곳에 불과하다.
성남시 재개발 범시민대책위원회 박도진(44) 집행위원장은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겠다는 법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발이 제한됐던 성남 옛 시가지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법적용"이라며 기준변경을 촉구했다.
피해주민 15만, '강력 대응하겠다'
대책위는 이번 조치로 재산권 제한 피해를 입은 옛시가지 주민들은 약 15만 가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종세분화 결정에 대한 해명과 시의회 회의록 공개 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용적률 상향 등을 요구하며 시의회와 시에 공문을 보낸 상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들은 10만명 서명운동, 장외집회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옛 시가지 단지 대부분이 6층 이하에 용적률이 낮아 분양수익을 포기하면 재건축이 가능하다. 주민 개개인의 이익을 모두 보장해주다 보면 도시계획이 어려워진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성남 환경운동연합 지운근(39) 사무국장은 "성남 옛 시가지 문제는 과거 국가가 도시 영세민을 강제이주시킨 것이 근본원인" 이라며 "시가 단순히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보다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주민재산권 보호에 나서는 방법을 고려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성남=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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