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가 독점 미디어 산업에 대한 획기적 개혁의 일환으로 TV방송과 영화 제작 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철폐할 것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머릿기사로 보도했다.이는 외국 업체의 직접 진출 등 전면적 개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거대 중국 미디어 시장의 빗장을 처음으로 여는 주목할 만한 조치다.
FT는 1949년 정부수립 이래 선전 무기로 간주하던 미디어를 민영화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근본적 정책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제 미디어 업체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광파전영전시(廣播電影電視)총국 주훙(朱虹) 주임은 FT와의 회견에서 "새로운 정책의 특색은 '자유화'"라며 "강하고 영향력 있는 외국 미디어 업체들은 중국의 (영상)제작 업체의 소주주가 되거나 중국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금까지 합작 프로그램 제작만 허용했다.
중국 내 민간업체의 유료 TV채널 설립도 허용되며, 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국영 제작소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도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주 주임은 "외국 TV 프로그램의 상영 규모도 확대해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영방송인 CCTV도 올해 안에 스포츠채널 등 일부 분야를 분사, 해외 시장에 상장하거나 외국 자본의 투자를 허용하는 등 큰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이 같은 중국의 미디어 개방 정책은 WTO 가입 조항 준수와 2015년을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 중인 디지털TV 전면 도입의 기반을 닦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05년께 디지털 방송 120개 채널을 확보, 전국 주요도시부터 디지털 방송을 출범시킬 예정인데, 국가 독점인 현행 방송 구조 아래서는 수 백 개 채널을 채울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 공급할 능력이 없다. 해외 자본을 비롯한 민간의 투자와 참여가 없이는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측면도 있다. FT는 "해외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광범위한 개혁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외국 투자 프로그램은 '해가 적은' 오락 연예 스포츠 분야에 국한될 것이고, 뉴스는 직접 통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 방송 채널의 직접 진출도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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