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초등학교때부터 배구를 함께 해온 40년 죽마고우이다. 둘은 틈만 나면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함께 한다. 한국의 배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를 놓고 진지한 토론도 마다하지 않는다.하지만 각자 맡고 있는 팀의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냉혹한 승부사이자,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친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껄끄러운 부분은 일부러 피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종반전으로 접어들고 있는 '배구 V―투어 2004' 투어에서 최강 삼성화재는 8일 끝난 4차 투어까지 4개대회 연속 우승을 일군 반면 현대캐피탈은 매번 삼성화재의 벽에 가로 막혀 있는 실정이다.
절대강자의 위치를 지키려는 신 감독과 전력을 한단계 끌어올려 '배구 명가' 현대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하는 김 감독의 향후 구상은 무엇일까.
신치용 감독은 9일 "계속 이길수록 짐은 더 무거워진다. 늘 하는 우승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한순간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는 한 절대 강자는 없다"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한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현대캐피탈은 블로킹도 높고, 김 감독이 팀분위기를 일신하면서 자신감도 붙고 있어 더욱 부담스러운 상대가 될 것이라고 신 감독은 예상한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우승만큼은 확신한다. '66'까지 이어온 연승행진도 대기록을 염두에 두고 전력을 다해 이어가겠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이에 반해 김호철 감독은 녹록치 않은 현실을 인정한다. 김 감독은 9일 "현재 삼성화재는 전력상 한 수 위여서 어떤 팀도 쉽게 꺾을 수 없다. 세터도 좋고 팀의 응집력이 특출해 고비에서는 더욱 강해진다"고 진단한 뒤 "조금씩 격차를 좁혀가면서 우리 실력을 100% 발휘, 대등한 경기를 펼쳐보고 싶고 또 한번 꺾어보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강조한다.
김 감독은 '코트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신 감독에 대해 "스타군단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선수관리를 참 잘하는 것 같다"며 "기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긴장감을 갖도록 하는 재주가 뛰어난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목표에 대해 "이번 투어에서는 승부보다는 팀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다. 재미있고 속도감있는 스피드 배구를 추구, 팬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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