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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韓·칠레 FTA 너무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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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韓·칠레 FTA 너무 끌었다

입력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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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국-칠레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에 합의한 이후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세계시장의 통합화 추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 남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글로벌 경쟁력이라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 기술경쟁력은 물론 프로세스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즉 원가 기술 정보 등에서 세계적 우위를 확보하고 각종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는 것을 말한다.

자유무역협정은 다자간 교역체제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그 대응 수단으로 추진되었다. 지역블록 확산에 따른 역외차별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한편 협정 체결국을 거점지역으로 삼아 주변국가 시장에 쉽게 접근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미국, 유럽, 중국은 물론 개도국들마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추가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무역기구에 보고된 자유무역협정 발효건수는 200여 건이나 되며 2005년에는 세계무역에서 자유무역협정으로 거래되는 무역 비중이 55%에 달할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은 그 속성상 시장통합이 손쉬운 주변국들과 먼저 체결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 칠레와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칠레는 우리나라와는 지구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나라이다. 산업구조도 우리와는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가 칠레를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 대상으로 한 것도 상호 보완 관계에 있는 가장 먼 나라와 그것을 체결함으로써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고려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의 이해조정에 실패해 칠레와의 협정 체결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장차 어떻게 다른 주변국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나갈 수 있겠는가? 하물며 세계무역기구의 다자간 체제는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동북아 경제중심'으로의 도약 등은 꿈도 꿀 자격이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모두가 바라고 있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도, 일자리 창출도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위기를 과장하기 위한 소리가 아니다.

세계 12대 교역대국인 우리나라는 아직 한 나라와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참가하지 않은 3국간 협정에 의해 받게 되는 영향이 이미 가시화했다.

우리가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하나에 씨름하는 동안 칠레는 유럽연합(EU)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과 그것을 체결을 함으로써 칠레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벌써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 자동차의 경우 칠레시장 점유율은 2000년 26%에서 2003년에는 무관세로 수입되는 유럽 브라질 아르헨티나산 자동차와의 경쟁에서 뒤져 18%대로 떨어졌다. 휴대전화도 2002년 10.7%에서 2003년 1월부터 10월까지 9%로 떨어졌다. 금년부터 미국과 칠레, 미국과 싱가포르간 자유무역협정이 각각 발효돼 우리나라의 대 칠레 및 미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재상정되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은 무역국가인 우리 경제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된다. 자유무역협정은 피할 수 없는 세계화의 흐름인 만큼 어떻게 이를 유리하게 활용할 것이며, 어떻게 농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인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29일 전국 국립대 농대 교수 50여명으로 구성된 '농업을 사랑하는 교수 모임'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전제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를 촉구하였다. 이번만큼은 우리 국회의원들이 집단이기주의나 당리당략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승적 차원에서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현 명 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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