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재수사에 나선 안풍(安風) 사건의 최대 관심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관련 여부와 돈의 출처에 모아진다. 그동안 검찰은 'YS는 사건 관련성이 없으며, 돈은 안기부 예산'이라는 결론을 견지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인 강 의원이 6일 'YS가 돈을 주었다'고 법정 증언을 하면서 사건의 실체는 다시 미궁에 빠진 모습이다.그러나 재수사에 대한 정치권 등의 높은 관심과 달리, 검찰 수사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검찰이 "재수사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사자간 주장이 엇갈려 실체 확인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형식은 재수사일지 몰라도 내용이나 결과는 '보강수사'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강 의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사건 주모자는 YS가 된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뤄진 은밀한 돈 거래의 실체는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YS가 확인하지 않을 경우 강 의원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다. 일단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김기섭씨는 안기부 예산지원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전달 경위나 중간 전달자는 함구해 주군인 YS를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실체 규명은 YS의 몫으로 넘어갔지만, YS는 불리한 진술을 하기보다는 침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강 의원의 폭로는 폭로로 끝나게 되고, 폭로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가 하게 된다.
이와 달리 YS가 강 의원의 증언을 확인할 경우 YS는 김씨와 공모해 안기부 예산 940억원을 빼돌려 1996년 총선에 사용한 주범으로 기소돼 1심부터 재판을 받게 된다. 강 의원의 경우 돈의 출처를 모르고 받았다면 무죄도 가능하지만 2심에 계류 중이어서 '공소 취소'가 아닌 재판부의 판결로서 유무죄가 가려지게 된다.
두 번째 관심사인 돈의 출처와 관련해서는 현재 안기부 예산 외에 통치자금, 대선 잔여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안기부 예산이라는 수사결과가 뒤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안기부 예산이라는 사실은 '부동의 사실'이라는 점에 오해가 없기 바란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그 근거로 "당시 계좌추적은 물론 김기섭씨와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안기부의 예산담당 관계자 등의 진술로 돈의 출처가 확인돼 있다"면서 "강 의원의 법정 진술도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취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통치자금, 대선잔여금 등 정치자금으로 드러난다 해도 안풍 사건은 1997년 이전 사건이어서 현행 정치자금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이 경우 재판부는 공소기각 등의 결정을 하게 되는데, 다만 자금 모금 과정의 대가성 등이 입증되면 별개 사건으로 재수사가 진행된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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