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이라크 재건 참여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점령국 미국의 그림자에서 한발 비켜선 나토의 이라크 개입은 미국의 이라크 주권이양 계획과 함께 향후 이라크 상황 전개에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7개 가입 예정국을 포함한 26개 나토 회원국들은 6,7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담 및 연례 안보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역할 확대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나토는 현재 이라크 주둔 폴란드군을 측면 지원하고 있지만 파병 등 실질적인 참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간 나토를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노력은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반전국가의 반발에 막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폴란드가 담당하고 있는 중남부지역 지휘권을 나토가 떠맡고 영국군 관할 지역인 남부지역까지 나토 휘하에 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폴란드군과의 지휘권 교대가 이라크로 주권이 이양되는 7월1일까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폴란드도 연내 지휘권 이전을 희망했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등 몇몇 회원국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프 데 후프 셰퍼 나토 사무총장은 "합법적인 이라크 정부가 도움을 요청하고 유엔의 지지가 있다면 나토는 그 책임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반전국가 독일측에서도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독일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나토가 이라크 파병을 추진할 경우 가로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도 앞서 "유엔이 지지하고 이라크 정부가 요청할 경우 검토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토가 참여할 경우 현재 미국의 몇몇 우방국들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이라크 치안유지 및 재건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군과는 달리 점령군의 이미지가 적어 현지 저항세력의 반발이 줄어들고 이는 한국 등 파병 예정국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나토의 개입은 이라크로의 주권이양이 시작되는 하반기부터 이라크측의 공식 요청과 함께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결의안 등을 통해 유엔의 지지까지 얻을 경우 회원국 표결을 거쳐 연내에 파병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소식통들은 6월 터키에서 열릴 나토 정상회담에서 파병 등 향후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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