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 기조 자체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속도는 크게 둔화할 것이다." 7일(현지 시각) 끝난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결과가 향후 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 위안화에 대한 절상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G7 성명서 어떤 내용 담고 있나
G7 재무장관들은 7일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라톤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끝내고 "환율의 '과도한 변동(excess volatility)'과 '무질서한 움직임(disorderly movement)'은 세계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G7이 성명서에 '과도한 환율 변동'을 명시한 것은 1999년4월 워싱톤 회의 이후 5년만. 한국은행 이창형 외환시장팀장은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충분히 떨어져 추가 하락이 적절하지 않다는 유럽측의 강력한 요구에 미국이 한 발 물러 선 결과"라며 "향후 추가적인 유로화 가치 상승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해석했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최근 2년새 30%, 지난해 9월 두바이 회의 이후 10% 각각 하락했다.
하지만 성명서는 "환율 유연성이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서는 좀 더 유연한 환율이 바람직하다"는 대목도 포함했다. 유럽측의 요구 사항(과도한 변동 경계)과 함께 달러화 추가 하락을 바라는 미국측의 요구가 적절히 반영된 셈이다. 이는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는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 때 마침 중국 관영 경제주간지인 재경시보가 7일 "중앙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시기는 오는 3월이며 절상폭은 약 5%가 될 것"이라고 보도, 위안화 절상 움직임 본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외환 시장에서는 이번 G7 회의를 통해 달러 약세 기조가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추가 하락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예의 주시해야 할 엔·달러 환율의 경우 일시적으로는 상승(엔화 가치 하락)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일본 재무상은 G7 회의 직후 "유연성 언급이 일본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시장에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답해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실어 줬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급격한 하락세에서 벗어나 완만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 이 팀장은 "일본이 엔화 강세 저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원·달러 환율도 이에 연동해 당분간 크게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단 첫 타깃이 될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경우 국내 환율에 적잖은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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