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8일 전격 합의한 '일자리만들기 사회협약'은 '고용없는 성장' '청년실업' 등 구조적인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 양자의 고통분담과 양보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이번 사회협약은 임금과 고용안정 등 사실상 노동계나 재계가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빅 카드'를 내놓고 이를 합의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노동계가 양보한 '임금수준이 높은 부문의 향후 2년간 임금안정'은 '생산성향상과 물가인상률 범위내'로 인상수준을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의 임금 동결로 볼 수 있고 '인위적 고용조정 자제와 감원 최소화' 역시 IMF이후 최대의 내수침체 하에서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과의 임금격차 완화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시정 등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종사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통해 대기업만 찾는 우수인력의 하향지원을 유도한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그러나 밤샘협상과 문구 한자 한자에 대한 치열한 줄다리기 등 난산 끝에 나온 사회협약이지만 효과가 기대에 못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노총이 사회협약 체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미흡하고 강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개별사업장 임단협 과정에 사회협약을 지침으로 내려보내 지도한다고 이행계획을 내놓고 있으나 사업장별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 방침은 정해져 있지 않다. '2년간 임금안정'은 임금수준이 높은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노조의 80%는 민주노총 소속이어서 사업장별로 협약이 성실히 이행될지 여부도 사실 불투명하다.
핵심사항에 대한 해석이 벌써부터 노사간에 엇갈리고 있어 논란의 불씨가 될 소지도 적지 않다. '2년간 임금안정'의 경우 사회협약 참여단체인 한국노총은 자신들이 정한 10.7%인상 가이드라인이 유효하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임금안정'을 '임금동결'의 수사적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실업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산업공동화(기업의 해외진출)와 내수침체라는 구조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사회협약이 양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사회협약에는 정부가 투자확대의 장애요인이 되는 모든 경제규제를 재검토한다 등의 원론적인 수준만 담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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