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시골 장정들이 돈을 만질 기회는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내는 산판장을 찾아가는 일밖에 없었다. 군대에 막 다녀온 이웃집 형 역시 그렇게 한달 보름 가량 허리가 부러져라 나무를 베고, 목도를 하고, 그걸 자동차가 다니는 길까지 끌어내리고 받은 품삯 거의 전부를 들여 야광 손목시계를 차고 마을에 나타났다. "이건 밤에도 볼 수 있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더욱 새뜻하게 빛나던 그 야광시계는 그것을 손목에 걸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 시골 청년의 자랑이 될 수 있었다.그로부터 삼십 몇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집엔 아무도 차지 않아 그냥 보관만 하고 있는 시계가 여러 개 있다. 이런 저런 회사에서거나 기관에서 받은 시계들인데 아마 다른 집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시계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런저런 행사 때거나 방문 기념으로 시계를 나누어주는 사람들아. 그 시계에 무얼 쓰고 싶거든 시계 뒷면에 쓰지 앞쪽 숫자판엔 제발 그 시계를 주는 자기 이름이거나 회사 이름 좀 쓰지 마라. 그것은 멀쩡한 시계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 아무도 차지 않고 그냥 처박아 두고 있다. 아이들 말대로 그런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게 얼마나 '쪽팔리는' 일인지 시계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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