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빨리 돈을 벌어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을까를 더 고민해요."탤런트 송혜교(22)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건 의외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는 어긋난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다 혈액암으로 죽는 '은서'를, '올인'에서는 해맑은 영혼을 지닌 '수연'을 연기하며 사랑의 화신으로 이미지를 굳힌 그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의 말은 어디까지나 실제 모습이 아니라 드라마 속 캐릭터의 이야기일 뿐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스 순정' 송혜교가 이전과는 딴판인 모습으로 10개월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5일 종영된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후속으로 11일부터 방송되는 '햇빛 쏟아지다'(극본 정영선·조정화, 연출 김종혁)에서 그가 맡은 역은 '연우'. 빚만 잔뜩 남기고 죽은 엄마 대신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지하철에서 볼펜을 파는 행상도 마다하지 않는 '억척스러운 캔디'다. 게다가 상대 배우는 꽃미남 과인 송승헌, 원빈과는 품종(?)이 다른 류승범(24)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20년 넘게 우정을 나눠온 교통경찰 민호(류승범)와 재벌집 아들이지만 섬세하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은섭(조현재)을 두고 삼각 관계를 형성하는 것 말고는 기존 출연작들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햇빛 쏟아지다'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올인 할 때는 제 연기가 사실 좀 굳어 있었죠? 이병헌씨가 무슨 연기만 하면 와서 가르쳐주는데 꼭 학교 선생님 같아서 앞에 서면 주눅 들고 무서웠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승범씨나 현재씨가 같은 또래라서 그런지 촬영장 분위기가 편안하고 재미있어요. 제 실제 나이와 극중 나이가 비슷해서 부담도 덜하죠."
송혜교가 연우 역을 기꺼이 받아들인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자기 생각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고 돌아서서 혼자 가슴 아파하는 역만 맡았는데 너무 답답했어요." 이제까지 느낀 권태를 그는 "그 연기가 그 연기 같고 그 표정이 그 표정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런 그가 "좀 망가지는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서" 냉큼 하겠다고 나선 게 바로 연우 역이다.
처음 생각처럼 연우가 쾌활하고 밝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재로는 만족이다. "연우는 하고 싶은 말 당당히 하고, 남자가 뭐라고 그러면 되받아 쳐요.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냉정한 구석도 있어요." 그렇다면 실제 그의 모습은 은서와 연우 둘 중 누구와 가까울까? 그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만물유전론'을 폈다. "데뷔 초에는 가을동화의 은서 같은 성격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연우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그 말대로 송혜교는 시종일관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누드집을 낼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누드 찍으면 안 팔려요"라고 금세 되받았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서 '완전한 사랑'의 김희애를 제치고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탄 데 대해서도 별 거리낌이 없었다. "네티즌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해요. 이번 작품에서는 더 연기를 잘해서 상을 받은 걸 당연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죠."
그러나 '올인'을 통해 드라마 속 커플에서 진짜 커플로 변신한, 연인 이병헌(34)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말수가 줄어들었다. "서로의 일에는 잘 간섭 안 해요. '햇빛 쏟아지다'에 출연하는 문제도 상의한 적 없어요. 그냥 잘 하라고만 하던 걸요." 이병헌이 모니터링 정도는 해줄 것 같다며 웃어보이던 그는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모르겠다"며 물러섰다.
스타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존재다. 그러기에 관심의 대상이 된다. 스타로서 그 어느 때보다 그 누구보다 강한 빛을 발하고 있는 송혜교. 그의 연기인생과 애정전선에 과연 별빛을 넘어서 햇볕까지 쏟아지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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