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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39> 위장병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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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39> 위장병이 많을까

입력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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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관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위(胃). 식도와 십이지장 사이에 위치한 쌀자루 모양의 위는 식도에서 내려온 음식물을 일정시간 머물게 하면서 이를 1∼2㎜로 잘게 잘라 십이지장으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위는 간 담낭 췌장 등 다른 소화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배가 더부룩하고 체한 듯한 증상으로 우리 몸의 이상을 나타내는 민감한 곳이며, 위산의 분비를 조절하는 가스트린, 비타민 B12의 흡수를 돕는 내인자, 단백질을 분해하는 펩신 등 여러가지 위액이 분비되는 곳이기도 하다.영동세브란스병원 내과 이상인교수(연세대의대 소화기병연구소 소장)는 " 흔히 미련하고 변변치 못한 사람을 밥통 같다고 비유하지만 알고 보면 위는 둔한 기관이 아니다. 상당히 복잡하고 오묘한 기관"이라면서 " 여성들이 남성보다 신경이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약하기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위장병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특히 위염 같은 기능성 위장질환의 경우 20∼30%이상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는 것.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2003년 8월 국내 성인 1,5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여성의 21%가 위통 위경련을 겪고 있으며, 남성보다 무려 35%나 높은 수치라는 결과가 나왔다.

위하수(위가 정상위치보다 처지는 증상)도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여성이 남성보다 체구가 작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고 마른 체형이 많은 탓으로 남자보다 위하수의 빈도가 높은 것이다. 이교수는 " 예전에는 위를 늘어나게 하는 탄수화물이나 섬유질의 섭취비중이 많아 위하수의 빈도가 높았으나 점차 서구화된 식이습관의 영향과 과체중등으로 인하여 위하수의 빈도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 차는 문화적 영향 때문

위장병이 여자에게 많다는 통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확실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연구자는 남녀간의 차이가 없거나 소화성궤양 같은 질환은 오히려 남성이 더 많이 겪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교수는 "여성의 내장 감각이 과도하게 인지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다"면서 "자녀교육 문제, 집안의 대소사, 고부갈등 등이 여성에게 심각한 정신적 긴장과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이로 인한 폭식이나 과식 등 불규칙한 식생활이 각종 신경성 위질환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특유의 화병도 소화불량 형태로 많이 나타난다. 30∼50대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서 남성은 술이 원인이었고, 여성은 주로 스트레스때문에 위통 및 위경련을 경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점점 핵가족화하면서 여성들의 신경성 위장장애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률은 점점 떨어져

소화성 궤양 발생이나 재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란 세균의 감염률은 위생상태가 개선되면서 크게 떨어지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위궤양환자의 약 70%, 십이지장궤양의 90%정도에서 발견되는 세균인데, 최근 세균 감염률이 감소하면서 십이지장 궤양은 특히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

여성의 위장병은 대부분 기능성 소화불량증

흔히 위장병으로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찾는 여성들은 ' 속이 그득하고 답답하다' ' 더부룩하고 메스껍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 속이 쓰리고 아프다'는 말로 자신의 증세를 드러내는 경우가 더 많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여성들에게 생기는 소화불량증은 주로 기능성 소화불량(functional dyspepsia)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이란 조직병리적 혹은 생화학적 이상에 의한 기질적(organic)병변이 아니라 특정한 원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소화불량증을 말한다. 여성에게는 기능성 소화불량 중에서도 운동이상형 증상이 많다. 운동이상형이란 말 그대로 위가 잘 움직이지 않아 소화가 안되고, 명치가 그득한 느낌을 준다. 운동이상형 소화불량증 환자들은 고형식을 섭취했을 때 특히 위수축력이 떨어져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음식물을 배출하는 시간이 현저히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교수는 "담배는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고 위점막의 방어력을 떨어뜨리며, 위배출을 느리게 한다거나 췌장액의 분비를 억제하여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의 치료를 더디게 하고 재발을 잘 일으키게 하는 등 위와 십이지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서 "여성 흡연인구가 증가하는 것도 운동이상형 소화불량이 여성에게 늘어나는 원인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갱년기여성 소염진통제 남용 피해야

이교수는 " 관절염이나 신경통 때문에 폐경기 여성들이 아스피린 인도메타딘 등 소염진통제를 많이 복용하는데, 이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면 위에 궤양이 잘 생길 수 있으며 이런 약들의 진통 효과 때문에 통증이 없어 아주 심해질 때까지는 발견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심한 출혈이나 구멍이 뚫리는 등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교수는 " 소화성궤양의 경우 남녀 모두에게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여성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소염진통제의 남용이 점점 늘고 이 때문에 가벼운 증상의 소화성 궤양이 여성에게 급증하고 있다"면서 " 소화성궤양이 남성에게는 주로 40∼50대에 발생하지만, 여성에서는 60대 이상에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궤양이 위암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흔히 위궤양이 위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암은 처음부터 암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도 이런 오해가 계속되는 이유는 위암이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는데다, 설사 있다 해도 소화불량 속쓰림 식욕부진 등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나 위염 같은 증세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교수는 " 암 발생률은 위암이 여전히 높지만 최근 들어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면서 " 이는 위암의 조기발견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위암을 조기발견하면 5년 생존할 확률(의학적으로 암일 경우에는 치료후 5년을 생존하면 완치됐다고 판단)이 90%이상일 정도로 완치율이 높다. 특히 종양크기가 작고 암이 점막층에만 국한됐다면 개복수술 없이 내시경 치료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위암의 발생이 현저히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증상이 있는 경우는 물론이며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남녀를 불문하고 45세이상 성인에서는 위암 조기발견을 위해 반드시 위내시경검사나 위투시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워낙 위암 발생율이 높기 때문에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위벽의 색깔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는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yjsong@hk.co.kr

■위장병 환자 무엇을 먹을까

위장병환자에게 무엇을 먹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위염환자라고 죽이나 미음 등 유동식을 할 필요는 없다. 정상적인 식사를 해도 괜찮다. 아니, 오히려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슨 음식은 먹지 말고 어느 음식은 좋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환자 개개인에 따라 몸에 맞는 음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섭취하면 불편해지는 음식을 남들이 좋다고 한다고 해서 억지로 섭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단지 너무 맵고 짠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극적인 음식이 위장병 자체를 악화시키는지는 사실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체로 맵고 짠 음식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름기 많은 음식도 위 배출을 느리게 하거나 장(腸)운동의 변화를 일으켜 복통을 일으키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겠다. 술 담배를 삼가고, 탄산가스가 포함된 음료수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때 우유가 위에 좋다고 알려져 위장병 환자에게 우유가 권장됐지만 우유 속에 많이 들어있는 칼슘은 위산분비를 자극하여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과다 섭취는 좋지 않다.

오렌지나 사과 같은 과일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으나 무조건 모든 과일을 금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두 잔의 과일주스, 커피, 약간의 후추나 고춧가루는 섭취해도 좋다.

자신이 불편을 느낄 때만 금하면 된다. 잘 가공되고 정제된 식품만을 선호하거나, 식물성 성분이 적은 음식 등 현대인의 생활습관은 소화성 궤양의 발생이나 재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상인 영동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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